<야생초 편지>를 쓴 황대권의 문명 비판! 산골에 십여 년 살다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똑똑한 도시 사람들이 때로 바보 같다. 바보 같이 일만 한다. 바보 같이 돈만 번다. 그러다가 골병든다. 나 또한 도시에 살 때 그랬다. 일만 하고 돈만 버느라 골병이 들었다. 바보 같이.
아무튼 이런 몇 가지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간다. 그런데 병원에서 고치는 병 가운데 골병은 없다. 최고로 큰 병원에 가서 최고로 권위 있는 의사를 만나 특진을 받고, 최첨단 의료기술과 장비로 별의별 검사를 다 해도 골병은 안 나온다. 그래서 결과는 이상무! 이로써 나는 환자가 아니다. 아파도 병이 난 게 아니다. 나는 골골대면서 다시 일만 한다. 돈만 번다.
이제 나는 어떤 학술적인 병명이 붙은 환자가 되어 병원을 들락이고 밥 먹듯 약을 먹는다. 덕분에 아프던 증상을 잡으면 다른 곳이 아프다. 다른 곳을 잡으면 또 다른 곳이 아프다. 마치 오락실의 ‘두더지 잡기’ 게임 같다. 이 병을 잡으면 저 병이 나오고, 저 병을 잡으면 이 병이 나온다. 병원에서도 두더지 잡기를 한다. 이 병엔 이 약, 저 병엔 저 약, 이병저병엔 이약저약!
이런 경우 의사는 병을 잡는 게 아니다. 그는 증상만 잡는다. 전문의라면 더욱 전문적인 증상만 잡는다. 하지만 골병은 증상이 부지기수다. 오만 가지 두더지들이 종잡을 수 없이 튀어나온다. 숱한 전문의들이 제각각 자기 쪽의 두더지만 잡으려 했다간 두더지가 아니라 사람 잡기 십상이다. 아픈 사람 입장에선 병원에서 더욱 골병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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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그게 참 이상하다. 병원도 최고이고, 의사도 최고이고, 약도 최고인데 그 흔한 골병을 못 잡고 키운다. 돈과 일에 찌든 삶에는 눈감고 엉뚱하게 몸뚱이만 본다. 아픈 사람 얼굴은 안 살피고 차트만 훑는다. 뿌리가 곯는데 잔가지만 친다. 바보 같이.
그래서 황대권은 “똑똑한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은 도리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고 한다. 이 말을 이렇게 바꿔도 무방할 것 같다. “똑똑한 인간들이 병원을 만들고 그 병원은 도리어 인간을 환자로 만든다.”
문명이 아무리 찬란해도 내 몸은 원래 자연산이다. 사람 몸의 99.8%는 구석기시대 이전에 만들어졌다. 문명인의 시대는 고작 0.2%다. 그러니까 건강해지려면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내 생명에 심어놓은 놀라운 치유력이 내 몸 안에 있다. 이 좋은 걸 외면하고 병원과 약에만 매달리면 절대로 건강할 수 없다. 스스로 고치는 능력을 스스로 고갈시키지 말라.
일만 하다가 골병들면 아무 소용없다. 돈만 벌다가 건강을 잃으면 말짱 꽝이다. 그건 정말 바보 같이 일만 하고, 바보 같이 돈만 번 것이다. 아니 바보 같은 일만 하고, 바보 같은 돈만 번 것이다. 그는 결국 똑똑한 바보다. 화려한 문명 속을 헤매는 미아다. 그러나 도시의 미로 속에 골병을 고치는 길은 없다. 그 길은 숲과 들판에 있다. 강과 바다에 있다. 바람과 구름에 있다. 꽃과 나무에 있다.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품에서 나만의 생태 감수성을 깨우고 생태 영성을 되살릴 때 나는 마침내 스스로 건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