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선 △지분율 확대 △투자자 불안감 해소 △주식 평가차익 등 1석3조의 효과를 본 셈이다.
김 회장은 앞선 2008년 10월 금융위기 때(당시 사장)에도 계열사 경영진들과 자사주 20여만 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큰 이익을 본 적 있다.
키움증권 (92,500원 ▼2,500 -2.63%)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다우키움그룹의 김익래 회장은 이번 주가하락을 증여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 (15,930원 ▲30 +0.19%)→다우기술 (18,930원 ▼290 -1.51%)→키움증권 (92,500원 ▼2,500 -2.63%)'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우데이타가 핵심인 셈이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터 주식 1556만6105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94만주를 자녀들이 운영하는 정보기술(IT)업체 이머니에 매각(시간외매매)했다. 매도단가는 5290원, 총액은 49억원 가량이다.

이 밖에 크고 작은 기업들의 오너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중인데 20~24일 사흘 동안 공시된 건수만 집계해도 37개사 주식을 64명이 사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에 입사해 직접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지분은 취약한 사내이사, 차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모으는 10~20대, 어릴 때부터 부를 축적해주는 10세 미만의 어린아이들까지 급락장을 이용해 자산을 불리는 사례도 있다.
경영은 하고 있는데 지분이 부족해사내이사로 등록돼 경영권은 있지만 지분이 적은 경영 후계자들이 이번 급락장에서 대거 주식 매입에 나섰다. 최대주주로부터 증여를 받게 되면 막대한 세금이 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 있어 주가가 쌀 때 지분을 매입해 두는 것이 최선책으로 평가된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33,400원 0.00%) 부사장(74년생)은 2~3월에 예스코홀딩스 주식을 4530주, LS주식을 3000주 매수했다. 구 부사장은 올 1월 LS그룹 오너가(家) 3세 중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가 열흘만에 사임한 바 있다.
구 부사장의 자녀인 구소영(03년생), 구다영(04년생)씨도 예스코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섰다. 두 사람 모두 각각 3300주를 매수했다.

박훈 휴스틸 (6,350원 ▼90 -1.40%) 대표(69년생)도 3월들어 1만1108주를 사모았다. 박 대표는 최대주주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장남이다. 현재 박 대표가 보유한 지분이 3.74%밖에 안돼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회장의 차남인 박지호 신안캐피탈이사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 박 대표와 비등한 수준(3.01%)으로 늘렸다.
고태일 삼성공조 (11,950원 ▼300 -2.45%) 상무(88년생)은 3월에 1만9696주를 장내 매수했다. 고 상무는 고호곤 삼성공조 회장의 장남이다.
윤도준 동화약품 (9,850원 ▼190 -1.89%)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전무(84년생)은 2~3월에 31만2243만주를 대거 사모아 보유 지분이 2%로 뛰었다.
올 초부터 주식을 꾸준히 사모은 양홍석 대신증권 (13,300원 ▼50 -0.37%) 대표(81년생)은 2~3월에 31만1667주를 사모았다. 양 사장은 2014년부터 대표를 역임해왔으나 보유 지분이 8.64%로 적은 편이다.
환인제약 (16,000원 ▼40 -0.25%) 이원범 대표(74년생)도 장내에서 12만9067주를 사모아 지분을 3.27%로 늘렸다.
20,30대, 주식 매입으로 경영 발판 마련아직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이른 20대 초반도 주식 매입에 나섰다. 부모가 매입 자금을 증여해준 뒤 자녀가 주식을 매입하면 이후 주가 상승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배종민 문배철강 (3,515원 ▼95 -2.63%) 대표의 아들인 배승준씨(99년생)은 4만주를 매입해 보유 지분이 14.48%로 늘었다. 배 대표(15.05%)에 다음가는 2대 주주다.
전인장 삼양식품 (106,800원 ▲200 +0.19%) 회장의 아들인 전병우(94년생)씨는 2350주를 매수했다. 전 씨는 지난해 9월 삼양식품 해외사업 부장으로 첫 출근했다.
이주환씨(97년생)는 이성엽 에스엘 (35,750원 ▼450 -1.24%) 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1만9000주를 매수했다. 그는 3월에만 15만2794주를 사모았다.
DSR제강 (4,860원 ▼130 -2.61%) 홍하종 대표의 장남인 홍승현씨(91년생)는 6만7482주를 매수했다.

윤경립 유화증권 (2,440원 ▼10 -0.41%) 회장의 아들 윤승현씨(89년생)도 이달 중 2만6759주를 장내 매수했다. 윤씨는 윤 회장에 2대 주주(4.65%)다.
0~10대도 대거 사모아 이번 급락장에서 가장 어린 주식매수자는 홍지호(18년생)씨였다. 홍 씨는 홍재성 제이에스코퍼레이션 (12,470원 ▼60 -0.48%) 대표이사 회장의 손주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해 지분을 3만5000주(0.26%)까지 늘렸다. 홍유주씨(14년생)도 마찬가지다.
홍 회장의 자녀인 홍송희(91년생)씨는 같은기간 장내에서 7만주를 매수했다.
양성아 조광페인트 (6,860원 ▼50 -0.72%) 대표의 친인척인 강민재씨(12년생)은 1만6330주, 이세인씨(06년생)는 1만9850주를 매수했다. 김용민 한국내화 (3,985원 ▼5 -0.13%) 대표의 아들인 김호중씨(07년생)는 한국내화 주식 12만5000주와 후성 주식 8만7000주를 매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주가가 청산가치 이하로 빠지면서 상장사 오너들의 자사주 매입이 봇물 터지듯 진행되고 있다"며 "지분확대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