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또" 전문가들도 놀란 반도체 D램 한계 돌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3.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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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램 모듈.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D램 모듈.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차세대 초미세공정으로 꼽히는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D램에 적용,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EUV 기술을 도입한 데 이어 D램 양산에도 EUV를 도입하면서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모두 초미세공정의 한계를 넘어선 업계 최초의 기업이 됐다.

"D램 생산 새 패러다임 열었다"
EUV는 실리콘웨이퍼에 빛을 쪼여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는 노광 공정으로 새긴 회로를 깎아낸 뒤 쌓아올리는 등의 수백가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현재 노광 공정에 많이 쓰이는 불화아르곤(ArF)으로는 10나노급 이하의 초미세회로를 새기는 데 한계가 있다.



EUV는 파장 길이가 불화아르곤의 14분의 1 정도인 13.5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회로를 더 미세하게 그릴 수 있는 만큼 크기는 더 작으면서도 성능은 뛰어난 칩을 만들 수 있다.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공정을 줄이면서 수율을 끌어올리고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D램 생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날 D램 공정에서 EUV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4세대 10나노급(1a) D램이 1세대 10나노급(1x) D램보다 실리콘웨이퍼당 생산성이 2배 높다고 밝혔다.

"EUV D램 따라올 업체 없어"…또한번 초격차 혁명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업계에서 EUV 공정을 도입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 두곳뿐이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등 대다수 제조사가 EUV 공정이 필수인 10나노급 이하 제품 생산을 포기한 상태다.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넘어 D램 양산에서도 EUV 공정을 접목한 데 놀라는 이유는 두 부문의 공정상 차이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인텔이나 애플 등이 주문한 특정한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의 공정인 반면, 메모리반도체 공정은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정에 EUV를 도입하는 것과 메모리반도체 공정에 EUV를 도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며 "대량생산이 수익성으로 직결되는 메모리 부문에 EUV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전반적인 공정에서 수율 등을 뒷받침할 노하우 없이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삼성전자만의 독자적인 노하우가 이번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EUV를 활용한 D램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것은 10나노급 이하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 이제 삼성을 따라올 업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상반기 4세대 EUV D램 양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6일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6일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적용해 생산한 1세대(1x) 10나노급 DDR4 D램 모듈 100만개 이상을 고객사에 공급, 평가를 마친 상태다.

현재 EUV 공정으로 14나노 초반대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차세대 제품의 품질과 수율도 기존 공정 제품 이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평택사업장에서 EUV를 적용한 신규 라인 'V2'를 가동한다. 지난달부터 화성 사업장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첫 EUV 전용라인 'V1'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칩 등 비메모리 위주라면 V2는 주로 D램을 생산한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이곳에서 새로운 반도체 규격 DDR5를 적용한 4세대 10나노급 EUV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DDR5는 기존 DDR4 규격과 비교해 전력 소모는 30% 줄고 데이터 전송속도는 1.6배 빠른 제품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 부사장은 "내년에도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로 차세대 제품을 선행 개발해 글로벌 IT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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