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뉴스1
우리나라 대통령과 청와대는 권력의 최정점이다. ‘무소불위의 힘’으로 불린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면 언젠간 탄로난다.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죗값을 치른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선이 ‘실패한 정부’를 만든다고 기록한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탓이다. 대통령은 △인사권 △예산권 △입법권 △감사권 △집행권 등 5대 권력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거의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승자독식 구조에서 당연한 결과다.
청와대의 핵심 역할은 대통령 보좌다. 청와대는 각 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청와대는 대통령 의제를 관철시키는 데 전력을 다한다. 국민을 중심에 두고 일하기 보다 오로지 대통령 받들기에 열중한다.
그러다보니 각 부처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실제론 압박)’하는 청와대 힘에 눌린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는 청와대 참모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된다. 정권 중·후반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부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많다.
명분은 ‘국정 철학’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구조만 강화된다. 부처가 다루고 집행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 배제된다. 청와대 입장이 최우선시된다.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할 때 ‘책임 총리’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청와대 정부’의 연속이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선 총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행해야 할 내각도 힘을 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 임기 초반엔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임기 후반엔 차기 대통령 후보의 시녀로 변한다. 오직 청와대의 권력 장악을 위한 캠프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와대는 여당 위에 있는 거대한 정당이다. 역사는 길다. 김대중 정부때까진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당청간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덕분에 이 제도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집권여당 위에 군림하는 힘이 센 정당의 역할을 하는 게 현실이다.
야당은 현직 대통령과 청와대를 무조건 비판한다. 그들이 실패하는 게 야당의 존재 이유다. 다음에 집권을 위해서다. 그리고 실제 정권이 교체되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제에선 내각은 허수아비, 국회는 들러리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대통령과 청와대가 중요하다고 결정한 일에 대해선 집권여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힘을 모은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지키거나 죽이는 ‘타락한 진영의식’우리나라 대통령은 대선에서 40~50% 안팎의 득표률로 집권을 해도 100%의 권력을 갖는다. 각 진영은 권력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야권의 정치적 공격은 대통령과 청와대로 집중된다. 수위가 강할수록 지지층의 반응이 좋다. ‘잘하는 것은 잘하는대로,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비판해선 득점이 어렵다.
청와대도 정치 대신 행정에 중점을 둔다지만 쏟아지는 비판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 방어와 역공에 나서지 않는 여당이 얄밉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의 반격이 고맙다. 대통령과 청와대를 두고 오가는 생산적 비판과 합리적 옹호는 설 곳이 없다. 외교·안보·경제·행정 등의 논쟁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된다. 그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매몰된 ‘타락한 진영의식’은 커진다. 한쪽에선 “우리 대통령을 살리자”며 거리에 나서고, 다른 한쪽에선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광장을 채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 독점 행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여야의 협치는 불가능하다“며 ”절대 권력을 두고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극단간 대결은 당파적 이익을 위해 중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