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2~3채면 상장사 산다…폭락장 '헐값'된 경영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인지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3.25 04:50
글자크기

(종합)순이익 127억원 회사, 주가 폭락하며 최대주주 지분가치 35억원으로 낮아져

상장사들의 주가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며 경영권이 흔들리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이 반대매매로 털려 나가면서, 펀드를 운영하는 자산운용사가 최대주주에 오른 사례까지 있다. 강남 아파트 3~5채 가격이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반대매매가 아니어도 최근 주가폭락으로 최대주주의 지분가치가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300억원 전후로 떨어진 곳이 많다.

주가 급락에 시총 2~300억 기업 속출…"강남 아파트 살 돈이면 회사 산다"
강남아파트 2~3채면 상장사 산다…폭락장 '헐값'된 경영권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티에이치엔 (3,570원 ▼35 -0.97%)은 최근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이 320억원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8% 증가한 4021억원이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5억원, 187억원이었다. 최대주주(지분율 42.8%)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137억원에 불과하다.

SJM (3,650원 ▼40 -1.08%) 역시 지난해 1579억원 매출액과 영업이익 68억원, 순이익 80억원을 거뒀으나 현재 시가총액은 275억원에 그친다. 최대주주 지분가치가 145억원이다. 까뮤이앤씨 (1,543원 ▼3 -0.19%)도 지난해 실적에 비해 극도로 저평가돼 있는 곳이다. 최대주주 지분가치가 130억원 정도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푸드웰 (4,690원 ▲20 +0.43%)은 지난해 85억원 영업이익에 318억원 순이익을 냈는데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원이다. 신원종합개발 (2,805원 ▼5 -0.18%)도 69억원 영업이익, 127억원 순이익, 시가총액 215억원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은 16.21% 지분가치는 35억원에 그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은 재무구조나 실적에 문제가 있는 곳도 있지만, 우량기업도 주가 악순환에 휘말린 곳들이 많다"며 "강남 아파트 1~2채 값이면 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대매매로 주가 폭락…지분율 급감에 최대주주까지 바뀌기도
이 밖에도 기업들의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기업들은 상당하다. 코스닥 상장사 퓨쳐스트림네트웍스 (2,455원 ▼95 -3.73%)는 이달 6일 최대주주인 옐로디지털마케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5490만5418) 가운데 150만4746주가 반대매매(주당 1116원)를 당했다.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으나 지분율(전환사채 포함)이 기존 54.27%에서 52.78%로 낮아졌다. 이 회사는 전환사채권과 특수관계인 보유지분 2966만5075주를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빌렸는데, 담보비율이 하락하며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유니맥스글로벌 (1,505원 0.00%)도 기존 최대주주 반대매매가 있었던 기업이다. 투자업체 엘아이가 132만3000주(6.53%)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아너스컨설팅대부라는 업체에서 빌린 자금 때문에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지분율이 1.21%로 떨어졌다.

결국 유니맥스글로벌은 2월 14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디알인터내셔날이 최대주주로 들어왔다. 디알인터내셔날은 이화전기에서 76억원을 빌려 증자대금을 마련했고 26.79%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주주 지분 25→6% 사례도…자산운용사 '최대주주' 되는 헤프닝까지

강남아파트 2~3채면 상장사 산다…폭락장 '헐값'된 경영권
코썬바이오 (18원 ▼5 -21.7%) 역시 최대주주였던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25.04%→6.26%)가 지난 연말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2대 주주였던 신 모씨(19.37%)가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이후 회사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벌점부과 등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고 거래가 정지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여기에 감사보고서 제출까지 늦어지며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지트리비앤티 (14,680원 ▲430 +3.02%)유양디앤유 (3,415원 ▼65 -1.87%)라는 상장기업이 지분 9.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유양디앤유가 직원 횡령혐의에 휘말리며 자금이 부족해지자 지트리비앤티 주식 118만주를 장내에서 처분해 지분이 1.63%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4.19% 지분을 보유한 양원석 지트리비앤티 대표가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지분 9.46%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잠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가 이를 수정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자산운용사 지분은 코스닥 공시규정에 따라 최대주주 주식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