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잘못 손댔다가…대주주서 빈털터리된 사연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0.03.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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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 잘못 손댔다가…대주주서 빈털터리된 사연


통신장비 제조업체 웨이브일렉트로 (5,200원 ▲210 +4.21%)가 지난 19일 하한가를 기록한 것과 관련, 한 개인 투자자의 CFD(차익결제거래)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한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CFD가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2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웨이브일렉트로는 1만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전반이 침체하면서다. 19일에는 1만4750원에서 1만350원까지 29.83% 하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평소 많아야 4억원 안팎이던 외국인 순매도액이 19일 하루에만 20억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자신을 웨이브일렉트로의 주주라고 밝힌 한 개인 투자자가 하한가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2016년부터 웨이브일렉트로에 투자를 했다"며 "회사 비전을 보고 계속 매수를 하다 보니 개인 주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수량을 많이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대주주 요건에 들게 됐고 2018년 유행하던 CFD 계좌를 알게 됐다"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수량보다 더 많은 수량을 CFD로 매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버틸 수 있는 수준 이하까지 주가가 내려오게 되면서 증권사에서 강제로 반대매매가 진행돼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투자가 이렇게 마무리됐다는 점에 가슴이 먹먹하다"며 "여러 주주들에게 피해를 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CFD는 일종의 TRS(총수익스와프) 거래다. 개인이 일부 증거금을 맡기면 증권사가 이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을 산다. 매매에 따른 수익은 투자자가 가져가고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와 이자를 받는 구조다.

국내 증시가 또 다시 급락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코스피 83.69p(5.34%) 하락한 1482.46, 원/달러 환율 20원 오른 1266.5원, 코스닥  23.99p(5.13%) 내린 443.76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국내 증시가 또 다시 급락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코스피 83.69p(5.34%) 하락한 1482.46, 원/달러 환율 20원 오른 1266.5원, 코스닥 23.99p(5.13%) 내린 443.76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개인은 주가 변동에 따라 손익을 가져가지만 실제로 주식을 보유하지는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CFD 거래가 발생할 때 매매되는 주식의 실제 소유주는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외국계 증권사여서 매수와 매도 주체가 외국인으로 잡힌다. 국내 증권사는 이 둘을 중개하는 역할만 한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CFD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증거금은 일반적으로 전체 주식 거래대금의 10∼40%"라며 "이는 투자 종목마다 다르며 우량 종목일수록 증거금률이 낮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가 급락을 거듭하면서 CFD 반대매매로 의심되는 투매가 쏟아져나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파크시스템스 (153,800원 ▼6,000 -3.75%), 호텔신라 (57,600원 ▲400 +0.70%), 이오테크닉스 (238,000원 ▼8,000 -3.25%) 등의 대규모 매도세가 CFD 반대매매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4년여 전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CFD는 지난해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하면서 더 늘어나는 추세다. CFD는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이 밖에 대주주 요건이 계속 강해지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대주주로 지정되면 주식 매각 시 최대 27.5%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세금 부담을 덜면서 투자 효과는 유지하기 위해 CFD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웨이브일렉트로의 사례에서 보듯 CFD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단기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일 수 있다"며 "그러나 손실이 날 경우에는 그 규모가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매우 높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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