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공짜폰'?…"세상엔 공짜없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주현 기자 2020.03.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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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로에 선 단통법 ②

편집자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5년이 흘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휴대전화 보조금 차별을 막고 왜곡된 유통시장을 바로잡아 전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자는 취지였지만, 반시장적 규제라는 비판도 없지않았다. 세월도 흘렀고 시장도 변했다. 단통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로에선 단통법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서울 용산구 휴대폰 판매 상가서울 용산구 휴대폰 판매 상가


# 직장인 A씨는 최근 지인에게 소개받은 수도권 한 ‘성지’(휴대폰을 싸게 파는 판매점)에서 갤럭시 S10 5G를 기기값 ‘0원’에 구입했다. 구매할 땐 망설일 이유가 없었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따져보니 잘한 일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번호이동과 월 8만원 수준의 고가 요금제 6개월 의무 사용, 부가서비스 2개월 사용 등 까다로운 조건 탓이다.

코로나19가 불법 지원금 불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통신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불법 보조금 살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유통망과 오프라인 매장에선 특정 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하는 조건으로 '갤럭시S10' 등 구형 스마트폰들을 사실상 '공짜'로 팔거나 페이백(현금지급)을 얹어주는 사례가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주 일부 이통사 판매정책에 따라 70만~80만원 가량 리베이트(판매 수수료)가 지급되는 경우도 봤다”며 “명목은 판매점주에 지급되는 리베이트이지만 이 자금은 페이백 등 불법 지원금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통업계의 반복적인 게릴라식 스팟 보조금 살포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알뜰폰 고객들을 5G 서비스 가입의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알뜰폰 업계의 한 임원은 “번호 이동하는 경우에 한해 20만원~30만원 사이의 추가 지원금을 더 주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작 시내 오프라인 일반 매장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하다. 불법 지원금 지급 행위가 특별판매 채널을 통해 스팟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광화문 소재 이동통신 매장 관계자는 “온라인 카페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불법 보조금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상적인 매장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코로나 여파로 고객들의 발길을 끊으면서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코로나19 한파로 어려운 유통상인들을 돕겠다며 폰파라치 신고 포상금을 최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지만, 불법 보조금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헌정 디자인 기자최헌정 디자인 기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원금 이득 따져보니
불법 보조금을 받은 소비자들은 얼마나 이득을 본 것일까. ‘공짜폰 득템’이 당장의 이익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불법 지원금엔 여러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대표적인 게 월 7만~10만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 6개월 사용조건과 번호이동이다.


3만원대 요금제를 써왔던 이용자라면 최대 42만원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지원금을 받으면 매월 25%의 통신요금 할인(선택약정할인)도 받지 못한다. 월 9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라면 약정할인(2년 기준) 혜택은 57만원에 달한다.

번호이동 조건도 함정이다. 가족결합 할인 혜택 등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 장기 고객 할인이나 포인트도 포기해야 한다. 기회 비용을 따지면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불법 지원금이 다수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에게 좋은 혜택이 될 수 없다”며 “한 이통사가 스팟 보조금을 뿌리면 경쟁사가 따라 나서는데 결국 이통사들도 돈만 쓰고 남는 게 없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는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로 인해 이통사들과 유통점들이 행정제재를 받기도 했다. 물론 단통법 이전에 비해선 규모나 적발 건수가 현저히 낮다는 유통업계의 진단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가 잠자던 불법 보조금을 다시 불러낸 건 맞지만, 깊어진 스마트폰 불황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때문에 현행 지원금 규제를 어떤 형태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갤럭시 S20이 출시된 지난 6일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사진=뉴스1갤럭시 S20이 출시된 지난 6일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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