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전자발찌 채우는 홍콩…외국인은 입국금지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3.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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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356명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외국 유입 늘어…술 판매 금지

19일(현지시간) 홍콩 쳅락콕 국제공항에서 한 입국자가 방호복으로 전면 무장한채 공항내를 걸어가고 있다./사진=AFP통신19일(현지시간) 홍콩 쳅락콕 국제공항에서 한 입국자가 방호복으로 전면 무장한채 공항내를 걸어가고 있다./사진=AFP통신


# 홍콩 스타일리스트 데클란 챈은 지난주초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홍콩으로 돌아왔다. 그가 고국에 도착하자 공항 검역담당관은 유럽발 입국자라는 이유로 '전자발찌'와 '손목밴드'부터 채웠다. 또 챈의 휴대폰에 위치알림 앱을 설치하라고 했다. 앱은 손목밴드와 연동된다. 그는 집에서 14일간 자가격리명령을 받았다. 그가 집에서 벗어나면 전자발찌가 작동한다. 손목밴드와 앱도 동시에 울린다. 만약 전자발찌를 부수거나 집에서 무단이탈하면 홍콩 검역법에 따라 그는 최대 6개월 징역 및 2만5000홍콩달러(약 405만원) 벌금을 부과받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에 발빠르게 중국 본토인 입국을 금지시키는 등 강력 대응으로 확진자수가 100여명에 머물렀던 홍콩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팬데믹(글로벌 대유행병)이 되면서 중국 본토만 감염 유입원이 아닌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홍콩에는 미국, 유럽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일 홍콩 시내에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사진=AFP통신지난 23일 홍콩 시내에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사진=AFP통신
25일부터 외국인 입국금지…홍콩 거주자는 14일 자가격리
홍콩은 지난 19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14일 자가격리를 명령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5일 0시(현지시간)부터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입경을 전면 금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외국인이 홍콩을 경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조치는 25일부터 14일 동안 시행되며, 이후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홍콩 거주자와 중국 본토인, 마카오인, 대만인의 입경은 허용되지만 이들은 입경 즉시 14일 자가격리에 처하게 된다. 최근 해외여행을 한 중국 본토인과 마카오인, 대만인은 입경이 아예 금지된다.

23일(현지시간) 홍콩의 대표 번화가인 란콰이퐁 거리. 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술집의 술 판매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의 일환으로 모든 식당과 술집의 술 판매를 금지했다. 25일 0시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의 홍콩 입경과 경유가 전면 금지된다./사진=AFP통신23일(현지시간) 홍콩의 대표 번화가인 란콰이퐁 거리. 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술집의 술 판매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의 일환으로 모든 식당과 술집의 술 판매를 금지했다. 25일 0시부터는 외국인 관광객의 홍콩 입경과 경유가 전면 금지된다./사진=AFP통신
유흥가서 집단감염 나오면서 술 판매 금지
람 행정장관은 홍콩 내 술집, 식당, 클럽 등의 술 판매도 금지했다.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열고 있고 음식은 팔지만, 술은 팔지 않는다.

홍콩 정부의 이같은 초강경책 시행은 코로나19 유입 경로가 다양해진 데다, 지난주 홍콩 최대 유흥가 란콰이퐁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람 장관은 "사람들이 술을 먹으면 경계가 풀어지고 밀접 접촉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해변가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으며, 감염자 중 한 명이 결혼식 이후 란콰이퐁의 바를 방문했다.

외국인 중에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외국인은 700만여명 홍콩 인구중 9%가량이다. 외국인 5명이 최근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고 무단이탈해 법 집행을 받게 됐다.

(홍콩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홍콩 의료인들이 퀸 메리 병원 부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접경지역을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 AFP=뉴스1(홍콩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홍콩 의료인들이 퀸 메리 병원 부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접경지역을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강력한 '사스' 트라우마
홍콩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트라우마가 크다. 홍콩은 2003년 중국에서 전파된 사스로 1755명이 감염되고 299명이 숨졌다. 코로나19는 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다.

2월 3일 홍콩 의사·간호사 2400여명은 "중국과 통행을 전면 중단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시민들은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뜨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다음 날 홍콩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 람 행정장관은 중국 본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입경 통제를 발표했다.

AFP통신은 "초기 중국과 국경을 봉쇄한 데다 홍콩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다. 손 청결 및 사회적 거리두기도 열심히 하면서 확진자수를 줄여왔지만 최근 들어 유럽·미국발 감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현재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홍콩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56명, 사망자는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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