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전기 장사' 어려운 한전…요금인상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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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2019.12.29/사진=뉴스1 29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2019.12.29/사진=뉴스1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한국전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전력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탈출을 위한 희망이었던 전기요금 인상도 산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설 기저효과에도 2월 평균 최대전력수요 -0.4%↓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전력거래소 경인지사 전력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2018.8.8/뉴스1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전력거래소 경인지사 전력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2018.8.8/뉴스1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 간 매일 기록한 하루 중 최대전력수요의 평균치는 7195만kW였다. 지난해 2월 7227만kW 대비 0.4% 줄어든 양이다. 최대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평균 전력수요를 의미한다. 피크 시간대 수요인 만큼 전체 전력사용량과 일치하진 않지만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2월 설 연휴 조업중단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력 소비처의 실수요 감소폭은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은 따뜻한 날씨도 영향을 미쳤지만 본격화한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국내 산업계를 덮치며 제조업 가동률이 낮아지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됐다. 부품 수급 차질에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가동 중단)을 경험한 완성차공장 가동률은 2월 57%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3월 이후엔 전세계 수요 위축으로 산업계 생산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하는 관측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한전 매출감소 불가피
월별 전력판매량./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월별 전력판매량./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이에 따라 코로나19 여파가 진정될 때까지 한전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한전 매출의 대부분은 가정이나 공장 등 소비자에 전기를 판매해 버는 전기판매수익이다. 전력사용량이 줄어들면 매출도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전기 판매량이 1.1% 줄어든 점은 전기판매수익을 9000억원 감소시키며 한전이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미 1월 전력판매량은 4630만㎿h로 전년대비 4.8% 감소했다. 설 연휴 효과에 더해 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이어진 산업용 전력판매 감소세의 연장선으로 파악된다. 1월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전년대비 5.9%, 특히 제조업 판매량은 6.1% 감소했다.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2월에도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저유가 효과에 흑자전환 예상…요금인상 기대는 꺾여
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가정으로 배부될 지난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2018.8.6/사진=뉴스16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가정으로 배부될 지난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류하고 있다. 2018.8.6/사진=뉴스1
물론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는 비용 측면에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기업이다. 원유,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가 떨어지며 약 5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제유가는 산유국 증산경쟁에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배럴당 20달러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증권가에선 유가 하락에 힘입어 올해 한전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도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속가능한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올 상반기를 목표로 요금체계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계시별 요금제와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산업용·농업용 요금 조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결국 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전기요금 정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큰 타격을 입은 업종·지역에 대한 전기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전망하던 증권가도 기대를 꺾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한전의 2021년 2022년 영업이익을 각각 1.1%, 13.5% 낮춰 잡았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내년 초로 늦추고 폭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제 주체의 비용 부담 증가가 야기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전기요금 (인상) 기대감이 한층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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