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내는 증안펀드·채안펀드…'돈맥경화' 뚫릴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3.2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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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19/뉴스1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19/뉴스1


정부가 24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27조원 이상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는다. 이중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각각 10조원씩 총 20조원 규모 이상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현재 자본시장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해 규모를 키운 만큼 금융시장 소방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대통령 주재 2차 비상경제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증권시장·채권시장 안정, 단기자금시장 대책 등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이 논의된다. 금융위원회는 비상경제회의가 끝난 직후 신속한 증안펀드 조성을 위해 출자기관과 함께 1차 관계자 회의도 열 계획이다.



채안펀드와 증안펀드 규모는 각각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안펀드는 현재 조성된 10조원을 우선 가동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증액할 가능성이 높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와 관련해 "2008년 10조원 했는데 지금은 규모가 커졌다"며 "상식적으로 더 커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채안펀드는 2008년에는 은행과 보험을 비롯한 91개 금융기관이 출자해 5조원 규모로 가동됐다. 한국은행이 각 금융기관 출자금액의 50%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도 지원했다.



증안펀드도 최소 10조원 규모일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2008년에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유관 기관이 5150억원의 증안기금을 조성했다.

윤곽 드러내는 증안펀드·채안펀드…'돈맥경화' 뚫릴까
이번에는 증권업계 유관기관 뿐만 아니라 증권사까지 참여한다. 5대 금융지주가 계열 증권사 등을 통해 각 1조원씩 자금을 출자하고, 전업 증권사들도 금융투자협회를 주축으로 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 경우 조성 가능한 펀드 자금이 10조원을 넘어선다. (☞본지 기사 참조 [단독]5대 금융지주, 증시·채권안정 펀드에 2조씩 출자키로)

증안펀드가 조성되면 펀드 편입비율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국공채 등 채권 20%와 주식 80%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특정 기업에 자금이 편중되지 않도록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형식으로 구성되고, 증시 안정과 운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만기의 폐쇄형 펀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1990년대 증안기금은 특정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다만 증권업계가 업황 악화로 힘든 시기, 증안펀드 자금까지 출자해야 해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형사들은 최근 마진콜 이슈로 증거금을 대느라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고, 중소형사들은 IB 강화를 위해 자본금 확충을 해놓은 상태다.

증안펀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증권사 참여를 주저케 한다. 증안펀드는 낙폭이 과대한 영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고 중간에 회수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데, 자칫 기업 부실화로 투자금 회수가 요원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진콜 난 대형사도 그렇고 왠만한 증권사들도 작년 말에 증자하느라 자본 꽉꽉 채워서 투자해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0.3.19/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2020.3.19/뉴스1
이번 회의에는 1차 회의와 달리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도 추가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부국증권, KT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와 각각 CP(기업어음) 등 단기금융 관련 긴급 회의를 열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ELS·DLS(파생결합증권)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체 헤지방식을 쓰는 대형 증권사들에 3조원 규모의 마진콜이 발생했다. 이들은 증거금을 납부하느라 CP 등 단기채권을 시장에 대거 쏟아냈고 이에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현물시장에까지 충격을 주는 채권시장 왜곡이 나타났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증시 변동성이 여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3~4% 하락했고, 이날 코스피 지수도 장중 5% 넘게 빠졌다. 또다시 수조원대 마진콜 위기가 닥치면 증권사들이 유동성 부족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쓸 수 있는 카드는 △콜거래 규제 완화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대출 △단기채권 투자펀드 인센티브 등으로 관측된다.

콜시장은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 거래시장으로, 은행들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증권사 중에선 한국은행 공개시장조작대상(OMO)으로 선정된 16곳만 자기자본의 15% 한도에서 콜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완화하면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은행들에게 자금을 빌릴 수 있어 회사채를 급히 매각할 필요도 없다.

앞선 2008년, 2011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증권사에 대한 콜 규제가 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금융위기 예방차원에서 콜 차입 비중을 줄인 만큼, 현 시국에서는 일시적으로 이를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제2금융권의 콜 차입 허용 비중을 2011년 6월에는 자기자본 25%로 대폭 축소했고, 2015년부터 현행 규제를 시행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락 출발하면서 개장 직후 양대 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3.69 포인트(5.34%) 하락한 1482.46 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23.99 포인트(5.13%) 내린 443.76에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266.50원에 마감했다. 2020.3.23/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락 출발하면서 개장 직후 양대 시장의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3.69 포인트(5.34%) 하락한 1482.46 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23.99 포인트(5.13%) 내린 443.76에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266.50원에 마감했다. 2020.3.23/뉴스1
한국증권금융이 증금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 증권사에 빌려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증권금융은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증권사에 2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유동성 지원시스템을 운영할 수도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대형화되면서 증권금융의 역할이 줄었지만, 단기자금이 급한 상황에서는 소방수 역할이 가능하다.

CP 등 단기채에 대한 펀드를 조성하거나, 기존 채권펀드에 단기채를 많이 담을 경우 세제혜택 등을 주는 방식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금융당국은 이미 2008년 한시적으로 자산의 60% 이상을 회사채나 금융채, CP에 투자하는 펀드에 거치식으로 불입하고 3년 이상 보유하는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및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업계나 금융투자협회 쪽에서 콜 규제 완화 등 건의를 많이 한다"며 "시장 상황을 두루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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