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조주빈 텔레그램 도움없이 잡았다…'n번방 그놈들도?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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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텔레그램’의 본사를 모른다.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이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지만 이들을 추적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텔레그램은 운영자와 운영방식 등이 베일에 싸여 있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텔레그램 측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박사' 검거 과정에서도 경찰은 특수사기 수사기법을 총동원 했다. 이에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텔레그램 추적 TF(테스크포스)까지 조직해 텔레그램 내 범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라넷 폐쇄 후 텔레그램으로 모인 성범죄자...경찰 "메일보내도 무소식"
/사진= n번방에 갓갓이 공지한 내용 /사진= n번방에 갓갓이 공지한 내용


23일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텔레그램의 정확한 본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범죄 관련 데이터 요청 등을 메일로 보내지만 수신확인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사방’의 운영자 조모씨를 검거하는데도 사실상 텔레그램 측의 도움을 받은 것은 없는 셈이다. 경찰은 박사 검거를 위해 CCTV 분석, 가상화폐 추적 등 각종 특수사기기법을 총 동원해 조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붙잡을 수 있었다.



텔레그램이 성범죄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성인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되고부터다. 특히 2017년 또 다른 성인사이트 ‘AVSnoop’이 폐쇄되고, 2018년 SNS 텀블러가 음란물 금지를 선언하면서 텔레그램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네이버 ‘라인’이나 ‘밴드’, 카카오톡은 국내 업체라는 점에서 꺼려했다.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의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개발, 후원해 만들어졌다. 본사가 독일 베를린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수시로 옮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찰이 공개된 텔레그램의 메일로 협조 등을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는 상태다. 텔레그램은 "정부 관계자, 직장 상사 등 훔쳐볼 수 있는 제3자로부터 개인 대화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경찰은 자체적으로 텔레그램 수사를 위해 지난달 ‘텔레그램 추적 기술적 수사지원 TF’를 조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 FBI나 HSI 등에도 본사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며 "본사를 찾게 되면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협조를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야동방에 마약방, 도박방까지...범죄 온상된 텔레그램
사진=김현정디자이너사진=김현정디자이너
텔레그램이 성범죄의 온상이 된 것은 2019년 초 ‘갓갓’ 등장하고부터다. 갓갓은 경찰 등을 사칭해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동영상을 탈취해 ‘가족과 학교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1번부터 8번까지 성착취 채팅방(일명 n번방)을 만들었다. 박사방은 n번방을 따라한 채팅방이다.

성범죄에 텔레그램이 이용된 이유는 보안성 외에 편의성도 있다. 텔레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 그리고 일반 파일(doc, zip, mp3)도 전송할 수 있다. 전송용량도 무제한이다. 채팅방이나 채널에서 △링크 △사진·동영상 △일반파일 등을 따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범죄자들이 익명성을 앞세워 텔레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텔레그램에는 음란물 뿐만 아니라 마약, 도박 등 다양한 내용이 오간다. ‘박사’도 처음에는 텔레그램에서 마약 판매 사기를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자들이 붙잡히자 범죄자들이 디스코드 등 다른 SNS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디스코드’ 이용 아동성착취물과 불법음란물 유통 사례를 확인, 수사 중"이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디스코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요청 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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