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집 급히 안팔고 물려준다"…서울 아파트 증여 확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03.2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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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강남권 등 고가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20% 이상 급등한 데다, 정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려 집값 흐름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월 서울 아파트 증여 1347건 전년比 2배 이상 늘어
26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347건으로 집계됐다.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전월(1632건)대비 조금 줄었지만 지난해 2월(562건)과 비교해선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체 건수 중 40% 이상인 559건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집중됐다. 특히 시내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는 2월 증여 건수가 230건으로 1월(92건)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또 용산구(15건→54건) 동작구(29건→125건) 양천구(89건→128건) 등 시세 9억 초과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자치구에서 1월보다 증여 건수가 증가했다.

"비싼집 급히 안팔고 물려준다"…서울 아파트 증여 확산
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집값 하락압력이 높아진 점과 무관치 않다. 대출규제로 매수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통계를 보면 3월 셋째주(16일 기준) 서울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91.8로 전주대비 9.9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높으면 매수자가 많고, 낮으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16 대책 이전 128.6까지 올랐다가 하락했는데 100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마지막주(98.5) 이후 23주 만이다.

매도자가 많으면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달 들어 강남권 단지에서 직전 최고가보다 수 억원 내린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하락장 버티기, 세금감면 효과…전문가들 "6월 이전 증여 지속 증가" 전망
증여 증가는 가격하락 시기에 팔지 않고 자녀나 배우자에 증여해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자녀에게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낀 주택을 부담부증여하면 이를 제외한 금액만 증여세 과표로 산출돼 산출세액이 감소한다. 다주택자가 증여를 통해 주택 수를 줄이면 보유세 부담도 덜 수 있다. 자녀가 무주택자라면 증여 후 해당 주택을 장기 보유할 때 양도세 감면이 가능하다. 종부세 대상인 고가 1주택은 배우자에 주택 지분을 증여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파트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 가운데 일부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을 고려해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말 이전에 매물로 내놓고,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에게 부담부증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부담부증여는 증여세 감면 효과와 동시에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에는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의 경우 양도분에 대한 세금 감면도 기대할 수 있다”며 “올해 5월까지 아파트 증여가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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