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도 안 사요"…자산가치 '반의 반' 된 금융株 주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3.2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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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딜링룸 전경. /사진제공=KB국민은행KB국민은행 딜링룸 전경. /사진제공=KB국민은행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종목들이 높은 배당 매력과 저렴해 진 주가 수준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기업들의 신용부도 위험, 파생상품 손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산적한 악재들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주의 주가 수준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저평가된 상태지만 아직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오전 11시4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 은행업 지수는 7%대 하락 중이다. 이 시각 코스피 지수 하락률(5.05%)를 하회하는 수익률이다.

증권업 중에서는 한국금융지주 (66,000원 ▲500 +0.76%)가 약 12% 하락으로 낙폭이 가장 크고 삼성증권 (37,350원 ▲100 +0.27%), 한화투자증권 (3,335원 ▼70 -2.06%), NH투자증권 (11,910원 ▲190 +1.62%), 한양증권 (10,440원 ▲20 +0.19%) 등도 10% 안팎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은행업에서는 우리금융지주 (14,020원 ▼100 -0.71%)가 12%대 하락 중이고 하나금융지주 (56,600원 ▲100 +0.18%), KB금융 (69,300원 ▲400 +0.58%), JB금융지주 (12,910원 ▼50 -0.39%), BNK금융지주 (8,350원 ▲150 +1.83%), DGB금융지주 (8,420원 ▲20 +0.24%), 기업은행 (13,560원 ▼30 -0.22%), 신한지주 (43,500원 ▲200 +0.46%), 제주은행 (15,810원 ▲850 +5.68%) 등 대부분 은행주가 4~5% 이상 하락하고 있다. 보험주 역시 미래에셋생명 (5,220원 ▲220 +4.40%) 8%대 하락을 비롯해 흥국화재 (4,120원 ▼5 -0.12%), 롯데손해보험 (3,745원 ▼50 -1.32%), 동양생명 (5,350원 ▲110 +2.10%), 한화생명 (2,910원 ▲40 +1.39%) 등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주들이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금융 위기로의 확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날 증권업 주가가 유독 하락한 것은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결합증권)에서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나온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ELS와 DLS는 지수, 원자재, 금리 등 다양한 기초자산과 연계한 파생상품인데, 기초지수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유로스톡스50과 국제 유가가 최근 폭락하면서 상당수 상품이 손실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로 하는 ELS의 미상환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36조8000억원에 달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연계한 DLS의 미상환 잔액은 9223억원 규모다. 이들 상당수는 손실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수조원 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파생결합증권은 상품 운용 과정에서 선물·옵션 등을 이용하는데, 선물·옵션 가격이 급락하자 추가 증거금 납부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증시 급락으로 증권사들의 ELS 운용손익 악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헤지비용 증가로 인해 2~3분기 ELS 관련 운용손실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서 딜러의 모니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화면이 띄워져 있다.  이날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66p(1.49%) 하락한 2,162.84를, 코스닥 지수는 13.67p(2.01%) 하락한 667.99,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오른 1,209.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2.21/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서 딜러의 모니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화면이 띄워져 있다. 이날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66p(1.49%) 하락한 2,162.84를, 코스닥 지수는 13.67p(2.01%) 하락한 667.99,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오른 1,209.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2.21/뉴스1
은행과 보험은 0%대 초저금리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주가 하락세가 지속 중이다. 특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저금리 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은행이 충분한 충당금과 자본을 가져야 하는데, 국내 은행은 선진국 대비 취약한 수준"이라며 "정책기조의 전환 없이 은행의 희생만을 강요하면 은행이 위기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 급락에 대부분 은행, 증권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크게 저평가 된 상태다. 주가 수준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이다. 현재 주가가 기업 자산가치의 몇배인지 나타내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은행의 PBR는 0.24배 수준이다. 은행주들의 평균 주가가 자산가치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IMF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주의 PBR이 각각 0.28배, 0.37배인 것은 감안하면 상당한 저평가다.

DG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경우 12개월 전망 PBR는 각각 0.13배, 0.15배에 불과하다. 대형 은행인 기업은행(0.19배) 하나금융지주(0.2배) 우리금융지주(0.23배) 신한지주(0.28배) 등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들도 미래에셋대우(0.33배) NH투자증권(0.37배) 메리츠종금증권(0.38배) 한국금융지주(0.39배) 등 대부분 0.3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금융주들은 전통적인 고배당주로 꼽히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이 더 올랐음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은 계속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금융 시스템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금융주의 약세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국제 유가, 대내적으로는 환율이 은행주 안정화의 관건"이라며 "특히 환율만 안정되더라도 은행주 밸류에이션 평가는 더 객관적이 될 가능성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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