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공장까지 멈췄던 현대차, 코로나 극복 전략 있다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최석환 기자, 우경희 기자, 유영호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3.23 04:30
글자크기

현대차는 멈추지 않는다 (종합)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국내 생산라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생산기지마저 멈춰 세웠다. 코로나발 위기가 현대차 전체를 감염시키는 모습이다.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현대차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현대차가 코로나를 극복하며 다시 달릴 수 있는 3가지 처방전을 살펴본다.

코로나에 갇힌 현대차, 'C 위기탈출' 3대 전략은?
코로나 극복 '처방전' 뭐 있나 보니...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22일 현대자동차 '코로나19 종합상황실' 직원들 사이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코로나19(COVID-19) 양성 판정 직원 때문에 전주에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하루 멈춰 세웠지만 이날 다시 31일까지 가동 중단 연장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체코 공장도 23일부터 2주간 선제적으로 공장을 멈출 방침이다.

코로나 위기가 중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 등 현대차의 '빅3'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이런 시장의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보여준다. 지난 19일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최저가인 6만5900원까지 밀렸다. 직전 최고가(13만7500원)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위기 관리 능력을 만만히 봐선 안된다고 진단한다. 실제 코로나 확산 이전 현대차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루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3대 전략으로 △노사단결 △'빅3' 수익성 극대화 △내수 초격차를 꼽았다.


[MT리포트] 공장까지 멈췄던 현대차, 코로나 극복 전략 있다




◆ 1. 전례 없는 노사 화합 분위기

"고객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차량 출고 지연에 애가 타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소식지에서 이같이 밝히며 조합원들에게 생산량 만회를 독려했다. 회사가 아닌 노조가 앞장서 생산에 속도를 내자고 주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 이전 노조에서 모두 손사래를 쳤던 주말 특근까지 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코로나 극복에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엔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노조 분위기가 있다.

실제 노사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끌어냈다. 단순히 비상 대응을 넘어 협력사를 위한 임금교섭 기간 단축과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까지 결의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데 노조가 동의한 셈이다. 정 부회장이 "함께 노력하는 노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는 해마다 파업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단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2012~2018년까지 7년간 매년 평균 13일의 파업을 단행해왔다. 파업으로 인한 연 평균 생산차질은 6만여대, 생산차질 금액만 평균 1조3000억원(매출 기준)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런 노사에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이미 파업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임단협 협상을 끝냈다.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새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배부른 귀족노동자로 낙인 찍힌 불명예를 바꿔야 할 때"라며 사측의 손을 잡았다.

◆ 2. 흔들리는 '빅3' 잡는다

지난달 현대차는 중국에서 단 1000여대를 파는데 그치며 1년전보다 90% 감소한 판매량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중국시장부터 돌려세워야 한다고 관측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신차 판매 극대화 △생산 최적화 △딜러 재고 감소 △EV 판매 경쟁력 향상 등을 담은 '2020 시장 전략'을 전면 추진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1500만위안(약 25억원)의 코로나 성금을 기부하며 다시 뛸 분위기를 보고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북미와 유럽 판매량 증진도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한 급선무다.

현대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적기에 투입해 이 두 빅마켓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북미에선 팰리세이드 등 수요가 많은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유럽에선 코나EV(전기차) 등 강화된 규제에 맞춘 친환경차 라인업을 앞세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권역본부 시스템과 딜러 경쟁력 향상으로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면서 플릿(공공기관·기업·렌터카법인) 판매를 줄이고 잔존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에 맞춘 마케팅 차별화도 필살기다. 북미에선 이미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고객들의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빅3 시장을 잡기 위해 '갈고 닦은' 제네시스 진출도 더 늘린다. 제네시스는 올해 중국·유럽 시장에서 첫 출사표를 던지며, 올 3분기에는 최초의 SUV인 'GV80'로 북미 시장을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빅3 시장 판매 목표를 총 219만4000대로 잡았다. 전체 해외 판매량(384만4000대)의 57%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론 △북미 90만6000대 △중국 73만대 △유럽 55만8000대 등이다. 현지 권역본부는 연초 목표에서 20%까지 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의외의 선전을 포기하긴 이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 3. 신차 물량공세로 '내수 초격차'

국내 시장에선 '초격차' 전략으로 코로나를 극복한다. 지난해 6년 만에 내수시장 점유율 70%를 넘겼고 올 1~2월 점유율도 70.5%로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특유의 뚝심으로 '골든사이클'을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1월 GV80 출시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인 '7세대 아반떼'와 제네시스 '신형 G80'도 조만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뒤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이후에도 대표적인 인기 SUV '투싼'과 제네시스의 2번째 SUV인 'GV70'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만 73만2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팰리세이드와 GV80 등 인기 고급차종의 고객 대기가 워낙 많아 생산이 따라주지 못할 정도다.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와 SUV를 전방에 내세우며 볼륨모델(인기차종)인 아반떼 등으로 수요를 받치면 내수 초격차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만 아니라면 현대차는 출시하는 핵심 차종마다 좋은 판매 성과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MT리포트] 공장까지 멈췄던 현대차, 코로나 극복 전략 있다
이건희·최석환 기자

MK의 현대·기아차는 어떻게 2008년 위기 극복했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한 저력



정몽구 현대차 회장 / 사진제공=정몽구 현대차 회장정몽구 현대차 회장 / 사진제공=정몽구 현대차 회장
-생산체제 유연성과 긴축경영을 엔진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노조는 화합으로 뒤를 받쳤다.

-오히려 품질을 강조해 MK(정몽구 회장)식 품질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지난 2008년. 현대·기아차의 생존전략은 이 석 줄로 요약된다. 코로나19 감염 쇼크가 글로벌 시장을 뒤덮고 있는 2020년. 당시 극복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해법이라는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 상황을 더 들여다보자.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제 전반에 한파가 몰아쳤다. 다른 제품보다 비싼 자동차 수요가 훨씬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연간 480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87% 수준인 420만대 판매에 그쳤다.

팔지 못한 차량들은 그대로 재고로 쌓였다. 2008년 연말 기준 해외판매 재고차량은 무려 4개월치 판매량인 106만대에 달할 정도였다. 절체절명 위기였다.

2008년 12월 당시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수출주문 감소로 출고가 지연된 차량들이 보관돼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2008년 12월 당시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수출주문 감소로 출고가 지연된 차량들이 보관돼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현대차그룹은 즉각 생산 유연화와 초긴축 대책을 내세웠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노조도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잉여인력에 대한 대규모 공장 간 전환배치에 처음 합의했다. 기아차 노조도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자는 노사 합의문을 발표했다.

노사가 합의하자 전 공장에서 잔업은 물론 정상근무까지 줄이는 대규모 감산체제에 돌입했다. 주야 맞교대(8시간+8시간)였던 그랜저와 쏘나타 같은 완성차 생산라인은 주야 4시간 생산체제(4시간+4시간)으로 돌아섰다. 버스 생산라인도 2교대제에서 1교대제(8시간+0시간)로 줄였다. 이런 감산으로 인건비 절감과 조직 효율성을 되찾자 서서히 버틸 힘이 생겼다.

뼈를 깎는 긴축경영도 뒤따랐다. 임원들은 임금을 10%씩 자진 반납했고, 업무용 차량도 쓰지 않았다. 해외 출장 때 비즈니스 좌석을 이코노미로 바꿨다. 현장에서는 근무복과 안전화, 조끼까지 아껴 썼다. 셔틀버스도 멈춰 세우고 자전거로 다녔고, 전기료 같은 에너지 비용도 20%씩 줄였다. 전방위 긴축경영은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직원 구조조정은 최소화했다. 경쟁사인 토요타자동차가 직원 6000명을 줄이고, 닛산도 1500명을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사가 위기를 함께 넘는다"는 측면이 강했고, 경기가 돌아서면 수요가 얼마든지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기아차 노사가 노사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2008년 12월 기아차 노사가 노사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그러면서 현대차는 품질을 더 강조했다. 2008년 12월 글로벌 위기가 한창인데 정몽구 회장은 품질담당자 110명을 불러모아 '글로벌 위기극복 품질전략 회의'를 열었다. 품질로 위기를 넘겠다는 정 회장 특유의 뚝심이었다.

정 회장이 직접 품질을 챙기자 조직 전체가 바짝 긴장했다. 차량 품질을 3년 안에 세계 3위권으로, 브랜드 인지 품질은 5년 내에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리자는 ‘지큐(GQ, Global Quality) 3·3·5·5’ 전략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10년 무고장 품질'로 꼽히는 MK식 품질경영 캠페인은 그렇게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탄생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는 "2008년 당시 현대차 대응은 V자 반등의 토대가 됐다"며 "코로나 사태도 현대차가 뉴노멀 시대에 맞게 바뀌는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배부른 귀족' 불명예 벗는다… 현대차 노조의 반전
노사가 '한마음', "위기야 비켜라"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8대 이·취임식 및 8대 집행부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0/뉴스1(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8대 이·취임식 및 8대 집행부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0/뉴스1




"책임 있는 (노조의) 행동이 조합원 위상을 강화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가 지난 16일 소식지를 발간해 노조원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투쟁보다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 따른 생산량 만회에 앞장서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사측에 딴지를 걸기보다는 노사 화합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다. 노조가 이런 입장을 선언한 것은 현대차가 코로나19 위기 사태를 극복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 "'배부른 귀족노동자'라는 불명예 벗자"

현대차 노조는 국내 전 업종에 걸쳐 대표적 ‘강성 노조’로 분류돼왔다. 현대차 경영 불확실성을 얘기할 때면 늘 ‘노조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하지만 지난 1월 '8대 집행부'가 출범하며 이런 노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상수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는 ‘중도·실리’ 노선을 택하고 있다. 강경 투쟁 중심의 이전 집행부들과 달리 노조원 전체의 실익과 고용 안정을 중시한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실제로 당선 직후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은 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4차 산업시대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이 줄어드는 게 기정사실인데 고용 안정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정파와 계파 간 이념 및 명분에 집착해 현장과 동떨어진 상급단체의 '뻥' 파업에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소모적이고 소득 없는 협상을 청산해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벗겠다"고도 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전기차 같은 미래 모빌리티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내연기관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 근로자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중장기 목표에 맞춰 현행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할 경우 현 생산인력 30~40%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상당수 조합원의 고용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제네럴모터스(GM)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엄청난 감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현장 문화를 개선하고 품질력과 생산성 만회를 통해 고객신뢰를 회복하자"고 앞장 서는 이유도 "바뀌지 않으면 퇴사"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서울=뉴스1) = 지난 25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노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대책협의를 하고 있다. 이날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크게 사전 예방활동 강화, 확진자 발생시 선제적 비상조치, 협력사 및 지역사회 공동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공동 지원활동 등이다. 또, 사업장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 인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통근버스 출근자 발열 여부 확인 강화, 확진자 탑승 차량 추적을 위한 통근버스 식별 번호 표시 등 사업장 출입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 제공) 2020.2.26/뉴스1(서울=뉴스1) = 지난 25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노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대책협의를 하고 있다. 이날 노사가 합의한 내용은 크게 사전 예방활동 강화, 확진자 발생시 선제적 비상조치, 협력사 및 지역사회 공동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공동 지원활동 등이다. 또, 사업장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 인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통근버스 출근자 발열 여부 확인 강화, 확진자 탑승 차량 추적을 위한 통근버스 식별 번호 표시 등 사업장 출입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차 제공) 2020.2.26/뉴스1




◆ 코로나 극복 '한마음’… 주말 특근도 원활하게 진행

특히 최근 유럽과 미국으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며 노조는 위기의식을 더 절실히 체감한다. 당장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현대·기아차가 입은 국내 공장 생산차질만 10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액만 최대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코로나19로 공장이 휴업했지만 사측은 평균임금의 70%를 보전해줘 휴업이 길어질수록 고용은 더 불안해진다. 노조가 먼저 연장근로와 특근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울산·아산공장에서 주말 특근을 재개했다. 지난 2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사측이 특근을 요청했는데 노조가 그대로 수용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제네시스 GV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신차들이 잘 팔리면서 모처럼 실적 기회를 잡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날릴 순 없지 않느냐"며 "경직된 논리에 집착하기보다 생산량 만회에 나서는 것이 노조원 전체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에 힘을 받아 추가로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 '노조 리스크' 해소할지 올해 임단협 '최대 고비'

하지만 노사의 고비는 아직 남아 있다. 이르면 내달부터 시작하는 ‘2020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이 최대 난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일 대표·대의원 선거 당선자를 발표하고 이달 안에 임시대의원 대회를 거쳐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입장차가 커져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한다면 노사 화합 분위기는 깨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분명한 노선 차이로 많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에 희망을 건다"며 "단 임단협 시기에는 노조 강성파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잘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호 기자

'이런 주가는 10년만'…현대차, 반등 가능성은?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
최근 현대차 주가 추이. 위 그래프 수치 및 고점/저점은 종가 기준.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최근 현대차 주가 추이. 위 그래프 수치 및 고점/저점은 종가 기준.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주가가 고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증권업계는 실적 악화 우려 및 자동차 업종 전반에 대한 공포 심리를 현대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확진자 수가 잦아들며 자동차 수요가 회복된다면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 고점 대비 48% 빠진 주가…'최악실적' 2018년보다 떨어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일 7만1100원을 기록, 올해 들어 41% 하락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올해 고점(13만7500원)과 비교하면 48.3%나 빠진 것이다.

코스피가 8% 넘게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인 지난 19일에는 장중 6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가 6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악의 실적과 6년째 이어진 신차 실패로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던 2018년 말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를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한국 등에서 미국·유럽으로 번지며 해외 자동차 판매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부품 조달 어려움으로 인한 국내 공장 가동 차질, 내수 수요 감소도 한몫했다. 지난달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90% 이상 추락하면서 현대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97% 줄었다.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최근 현대차의 목표주가와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메리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0%가량 낮췄고, 삼성증권은 27.5% 낮춘 10만5000원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무려 40% 넘게 내린 10만원을 제시했다.

◆ 전문가들 "최근 급락은 과도"…韓·中 3월 수요 회복이 관건

(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그룹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3일만에 1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16일 한국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내일을 향합니다(넥스트 어웨이츠, Next Awaits)’라는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약 2분 길이로 현대차그룹의 현재부터 과거까지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사진은 영상 속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0.3.22/뉴스1(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그룹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3일만에 1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16일 한국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내일을 향합니다(넥스트 어웨이츠, Next Awaits)’라는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약 2분 길이로 현대차그룹의 현재부터 과거까지 역사를 조명하고 있다. 사진은 영상 속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0.3.22/뉴스1
하지만 최근 주가 급락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현대차 개별 기업의 실적 우려보다 자동차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르노·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자동차업체는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무기한, 포드·GM 등 미 자동차업체는 이달 30일까지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등 자동차 대형주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역사상 최하단으로 단순히 실적둔화 우려로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라며 "2월 중국의 자동차판매데이터가 소비자 외부활동 중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쇼크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추가 확진자 수가 줄면서 코로나 공포가 잦아든다면 주가 회복을 노릴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3월 둘째주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는 44% 줄었으나, 전주보다는 30% 넘게 개선돼 느리지만 회복세를 보였다.

임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는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3월 중국과 한국 수요가 하반기 회복 근거를 줄 것"이라며 "중국은 수요 감소 폭이 축소됐고, 한국은 신차효과 및 개별소비세 인하효과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 올해 영업이익은 4조1000원으로 추정하는데, 연초 예상보다는 낮겠지만 최악 수준이던 2018년보다는 높을 것"이라며 "시장수요의 부진 속에서 현대차의 신차 사이클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강민수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