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일은 집에서, 점심은 배달" 코로나가 바꾼 경제활동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유승목 기자, 김주현 기자, 조성훈 기자, 박계현 기자, 이진욱 기자, 정혜윤 기자, 오상헌 기자, 오정은 기자, 이영민 기자 2020.03.2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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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꿨다…언택트 경제학(종합)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가 급확산하고 있다. 엄마는 e쇼핑으로 생필품을 구매하고, 아이들은 화상솔루션을 통해 영어학원 수업을 듣고, 가족 모두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를 즐긴다. 언택트에 최적화된 소비패턴변화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급팽창 중인 언택트 경제의 ‘A To Z’를 살펴본다.

집 밖은 위험해…'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든 신 소비문화
OTT·배달앱·새벽배송 등 트렌드 대변혁...스마트워크 등 근무혁신도



서울 강남구 한 기업 본사가 직원들의 재택근무로 비어있다. /사진=뉴스1서울 강남구 한 기업 본사가 직원들의 재택근무로 비어있다. /사진=뉴스1


"아침엔 마켓컬리, 점심엔 배달의 민족, 쫓기는 사람처럼 카카오톡 보면서, 방안을 가득 메운 아기의 울음소리, 거북목 늘어뜨린 직딩들, 디스 이즈 더 재택 라이프!"

'코로나19'(COVID-19) 쇼크가 대한민국의 일상에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재택 근무와 '방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언택트(비대면) 경제의 맛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OTT·배달앱·새벽배송 '언택트' 소비 트렌드 변화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재택 근무에 나선 보편적 40대 직장인 김찬준씨(가명)의 사례를 살펴 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현관 문 앞에는 전날 마켓컬리·쿠팡 등 온라인몰에서 주문해 놓은 생필품들이 '샛별 배송'돼 있다.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를 통해 문자·화상으로 팀장에게 보고를 하며 방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스마트 워크다.


식사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간단히 시켜먹고, 일과 후에는 멀티플렉스 대신 '안방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VOD(주문형비디오)로 최신 개봉 영화를 본다. 개학이 미뤄진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공부한다. 서점에서 남들이 보던 책을 사기보단 e북 리더기로 다운 받아 읽는다.

1990년대 초반 넥스트의 '도시인' 가사(아침엔 우유한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는 30년 흐른 지금, 완전히 개정해야 할 판이다.

이제, 모든 길은 모바일(온라인)로 통한다. 발품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모든 일상 생활이 손가락 끝에서 편하게 이뤄진다. 귀찮게 사람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불만 사항이 있으면 메신저에 남기면 끝이다.

그동안에도 언택트 이코노미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져 왔다. 모바일 IT 기기의 급속한 발달과 빠른 5G 통신망 연결로 언택트 소비 인프라가 갖춰지면서다. 더욱이 '아파트 공화국'으로 밀집해 있으면서도 철저히 개인화 된 도시 주거 공간을 갖춘 한국은 배달 산업과 언택트 소비에 최적화된 시장이다.

소비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사실상 '강제 언택트 행(行)'을 이룬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들마저 키오스크, 무인 계산대, 셀프 카페, 로봇 등 언택트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들이 코로나 19 사태로 실적 타격을 입고 있지만, 사실 더 무서운 건 장기화할 경우 모든 세대에서 언택트 소비가 익숙해 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근무 방식, 콘텐츠 소비 문화 등에도 전방위적인 변화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코로나 쇼크로 일반 소비 뿐 아니라 레저·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까지 '이불 밖'을 피하려는 경향은 뚜렷하다. '개봉 영화는 꼭 영화관에 가서 봐야한다'는 불문율도 깨졌다.

실제 지난달 영화관 방문 관객은 734만7033명으로 전년 동월(2227만 명)에 비해 67% 추락했다. 2월 기준으로 2004년(311만 명)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수시로 속보를 들여다 보면서 '웨이브'의 지난 1월부터 이달 1일까지 라이브(Live) 시청량은 코로나 사태 전(작년 12월 9일~1월 19일)보다 16.4% 뛰었다.

올레TV, Btv, U+tv, 케이블 등 VOD 통합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16일 주 온라인 VOD 이용 건수는 122만4400건으로 코로나 직전인 1월 13일~19일(47만7833건)보다 156% 급증했다. 최근 극장 영화 신작 50여 편이 줄줄이 개봉 연기된 상태여서, 사실상 최신작들이 안방 극장(VOD) 모두 올라 온 상태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코로나발(發) 언택트 경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비대면 소비 확산의 터닝 포인트가 될 공산이 크다"며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에도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중심 소비 트렌트가 강화되고 근무 방식, 콘텐츠 소비 문화 등에도 전방위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시복·유승목·김주현 기자

출근지옥·회식 없이 4주째…계속 재택근무 하면 안되나요?
SK텔레콤 직원이 재택근무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메신저 '팀즈'(Teams)로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SK텔레콤 직원이 재택근무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메신저 '팀즈'(Teams)로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 K매니저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세수하고 노트북 PC가 있는 책상에 앉는다. 출근하는 셈이다. 9시 VDI(데스크톱 가상화)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인 '마이데스크'에 접속하면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사내 메신저인 네이트온비즈로 메일을 체크하고 오전 10시에는 역시 재택근무중인 팀장, 팀원들과 'T그룹통화'로 회의한다. 얼굴을 맞대야하면 화상회의 시스템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를 활용한다. 퇴근시간이면 "이만 들어가보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노트북을 끈다. 재택근무 4주차를 맞은 직장인의 하루다. K매니저는 "아무래도 대면 근무보다는 제약이 있지만 익숙해지니 별 차이는 없다"면서 "이번 재택근무를 잘 정착시켜 업무형태와 문화를 바꿔보자는 사네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거대한 재택근무 실험장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십년간 고착화됐던 사무실내 대면근무 문화가 언택트 근무라는 새 전기를 맞게된 것이다. 기존 일부기업에서 시도된 재택근무가 비용절감이나 유연근무 필요에 따른 정책적 선택이었다면 이번 재택근무는 감염자 확산을 막기위한 강제적 조치라는 게 차이점이다. 화상회의와 그룹통화 등 IT기반 업무시스템이 잘 갖춰진 ICT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SK텔레콤, KT 등 통신기업과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IT기업들이다.



거대한 재택근무 실험장된 대한민국...기업들 근무체계 개편 시도



일부 기업들은 이번 재택근무를 근무체계 개편의 시험대로 삼기도 한다. 대기업중 처음으로 사실상 전직원 재택근무에 들어간 SK텔레콤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일상근무 형태로 체계화,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재택근무 시스템과 인프라, 일하는 방식·문화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는데, "재택근무가 평소와 유사하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63%로 나타났다. 또 "다소 불편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응답도 34%에 달해, 구성원의 97% 가량이 재택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격리'에 돌입한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서포트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격리'에 돌입한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서포트
카카오 역시 근무형태 개편을 추진중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전직원 재택근무에 돌입한 카카오는 종료기한을 두지않고 모바일오피스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회사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번 기회에 카카오의 업무툴 아지트와 카카오톡을 활용해 업무공개, 공유, 소통문화를 안착시키면 스마트 오피스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택·원격근무 시행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하는 협업 솔루션도 각광을 받고있다. 대표적인 게 그룹메신저, 원격회의시스템, 원격 PC제어 등인데 '언택트 IT 삼총사'로 불린다. 알서포트, 이스트소프트, 웍스모바일, NHN,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솔루션이나 화상회의 솔루션을 짧게는 3개월에서 1년까지 무상 제공하면서 도입기업도 늘고있다. 기업 CEO들이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해외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낯설지않다. 화상회의 솔루션 제공업체 알서포트 관계자는 "3월 첫째주 기준 화상회의 사용량은 1월 첫째주 대비 25.5배, 2월 첫째주 대비로는 16.6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MT리포트] "일은 집에서, 점심은 배달" 코로나가 바꾼 경제활동
4주해 보니 "출퇴근시간 줄이고 집중가능" VS "비대면 오히려 비효율" 맞서

지난 4주간 진행된 재택근무에 대한 찬반론도 여전하다. 기업, 직원마다 업태와 직무가 다르고 조직문화, IT인프라도 제각각이어서다. 대면소통식 근무시스템에 익숙하던 직장인들이 갑작스레 온라인 근무환경으로 전환하다보니 겪게된 시행착오가 적지않다. 찬성 쪽은 "먼저 출퇴근 시간이나 씻고 화장하는 등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거나 "불필요한 대면회의, 엄격한 조직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 "조용히 방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2020.2.25/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2020.2.25/뉴스1
반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몇마디 대화로 처리할 일을 장문의 메시지와 메일로 처리해야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노는 것처럼 보일 것같아 심적 부담이 크며 머리를 식힐 수 있던 동료와의 티타임이 그립다"는 등의 의견도 나온다. 재택근무하며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좋다는 반면 아이들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는 상반된 평가가 상존한다. 한 게임개발사는 메신저로 1시간 단위 업무진행 보고를 요구해 "차라리 출근시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택근무 경험이 일천하고 대면 중심 기업문화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교통난 완화, 일가정 양립 등 장점...상시 재택근무로 방향전환 필요성 제기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한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9만5000명으로 221만5000명의 유연근무제(시간선택근무, 출퇴근 시간조정 등) 활용 임금노동자의 4.3%에 머물렀다. 해외에서는 원격근무를 일컫는 텔레워크(Telework)가 반세기전인 1973년에 등장했고, 미국과 유럽 노동자 4명중 1명은 사무실 밖에서 일할정도로 재택,원격근무가 보편화된 것과 대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가 주 52시간 시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 확산 등 기업내 경직된 업무문화 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않다. 감염병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상시적 재택근무가 자리잡도록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석완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대부분 직장이 집중돼 교통난과 인구집중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재택근무는 교통난 완화 및 국토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노동생산성 향상과 재난시 사업영속성 보장 등 장점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 기업 인사팀장은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IT인프라가 뛰어난 반면 경직된 업무문화와 노사관계, 낮은 노동유연성 때문에 재택근무가 쉽지않았다"면서 "이번 코로나발 재택근무 성과에 따라 우리 근무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훈·박계현·김주현 기자

꾸미고 만날 약속도 없는데…'코로나 집돌이' 쇼핑 목록 1순위는?
'방콕'이 바꾼 소비 트렌드…의류·화장품 소비 줄고 생필품·밀키트 불티

[MT리포트] "일은 집에서, 점심은 배달" 코로나가 바꾼 경제활동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태경(50)씨는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옷을 안 산다. 김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의류와 악세서리처럼 입어봐야 하거나 눈에 보이면 사는 물건의 소비가 많이 줄었다"며 "대신 매일 쿠팡·마켓컬리 등 모바일쇼핑으로 생필품·위생용품을 산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방콕족'이 늘며 2020년 봄, 소비 지형이 변했다. 외출 자제로 패션의류·화장품 소비가 급감한 가운데 생필품·위생용품·밀키트·가정용 운동기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방콕하는데…봄옷 안 사요"

자발적 방콕과 재택근무 확산에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의류·잡화 소비다. 3월은 패션업계에 봄 시즌 대목으로 신상의류와 캠핑, 등산용품이 인기를 끄는 계절이지만 백화점·아울렛 등 대형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손님이 없다.

[MT리포트] "일은 집에서, 점심은 배달" 코로나가 바꾼 경제활동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2월1일~25일까지 여성패션 매출이 41.9%, 남성패션이 27.7%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2월 한 달간 패션 매출이 18.3%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2월부터 3월8일까지 패션 매출이 33.5% 감소했다.

감소한 오프라인 수요 일부는 온라인으로 이동했지만 풍선효과는 제한적이다. 삼성물산·LF·한섬 등 국내 주요 패션브랜드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데다 오프라인 고객 다수가 온라인으로 이동하지 않아서다.

김영대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석은 "매장에서 옷을 직접 보고 고르고, 입어보고, 직원과 대화하는 것까지 총체적 서비스에 익숙한 백화점 고객은 굳이 모바일에서 옷을 주문하지 않는다"며 "온라인 패션 쇼핑이 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감소폭을 상쇄하는 수준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소비도 줄었다. 2월 초부터 3월 8일까지 롯데백화점의 화장품 매출은 20.5% 줄었고 신세계백화점의 화장품 매출도 2월1일부터 25일까지 15.9% 감소했다. 온라인에서도 화장품 소비가 감소했다. 1월20일부터 3월8일까지 위메프 쇼핑몰의 토너, 로션, 수분크림 판매량은 전년비 각각 50%, 48%, 42% 감소했다.

◇위생용품·생필품 "좋아요"…밀키트·가정간편식 '불티'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위생용품과 건강기능식품은 일상의 필수품으로 등극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3월3일까지 G마켓과 옥션의 건강의료용품(마스크, 손소독제 등) 판매량은 전년비 598%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며 라면·햇반·간편식 등 생필품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의 가공식품 판매량은 25% 늘었고 신선식품은 18%, 건강기능식품도 10% 매출이 증대됐다.

외식을 자제하면서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손질된 식재료와 믹스된 소스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재료 세트) 소비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위메프에 따르면 1월2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가정간편식 전체 상품 매출은 전월대비 490.79% 급증했다. 티몬에서는 1월28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32% 급증했다.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의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매출은 전월 동기대비 193.4% 늘었다.
[MT리포트] "일은 집에서, 점심은 배달" 코로나가 바꾼 경제활동
식사뿐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 등 후식도 집에서 즐기는 '홈카페족'이 늘어 관련 제품 판매량도 급증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홈카페 관련용품 판매량은 전월보다 평균 27.4% 증가했다. 옥션에서는 1월21일부터 2월20일까지 와플메이커 등 디저트 제조 기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3배 늘었다.

야외에서 즐기는 봄 캠핑 대신 집에서 운동하려는 수요가 늘며 홈트용품 판매량도 증가세다. 롯데마트몰에서 2월 17일부터 3월 5일까지 운동 매트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53.1% 신장했고 아령과 요가밴드, 훌라후프 판매량도 각각 211.8%, 58%, 16.1% 증가했다.

지나 웨스트브룩 유로모니터 소비자 트렌드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빠른 인터넷 환경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발달로 글로벌 소비자들은 집에서 쇼핑도, 놀이도, 운동도, 일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오정은, 정혜윤, 이영민

"배달 없으면 영업 못해요"…덩달아 뜨는 푸드테크
배달의민족 /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요즘 같은 시국에 배달 없었으면 어땠을지 아찔합니다. 매장에 와서 드시질 않아요."

배달 열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배달앱 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손님이 뚝 끊긴 음식점들은 서둘러 배달 앱에 가입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손님과 매장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키오스크, 로봇 등 푸드테크를 도입하는 외식업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물 만난 배달업계…국가 재난 반사이익에 '표정관리'

배달앱 업계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세가 급증하면서 주문 건수가 대폭 늘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1월 19일~2월 23일 SNS채널에서 배달 키워드를 빅데이터 조사한 결과, 확진자가 나오기 하루 전인 1월 19일에는 3879건이었던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키워드 정보량이 확진자 수 600명을 넘긴 2월 23일엔 7013건으로 껑충 뛰었다. 전월 25일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

실제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문건수는 2주 전(2월10~2월23일)보다 8.4% 늘었다. 요기요도 2월말 주말 전체 평균 주문 수가 한달 전에 비해 17% 늘었다. 이같은 증가세는 향후 수개월 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불안감으로 당분간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앱 기능 덕분에 배달 기사와 주문객이 직접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배달 주문 시 ‘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선택한 이용자는 전월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역시 대면 접촉이 최대한 없도록 현장결제가 아닌 온라인 선결제, 결제 시 요청사항에 ‘현관 앞에 두고 가세요’ 식의 글을 남기도록 공지하고 있다.

외식 업체들은 매장 방문 빈도가 떨어지면서 배달 서비스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1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배민라이더스 입점 문의 건수는 1054건으로 전월 동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보쌈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은 물론 방문해서 포장하는 수요도 줄었다”며 “배달 서비스 없이는 영업이 어려울 것 같아 가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배달앱 업계는 매출이 늘어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처지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으로 반사 이익을 누린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배달음식 주문 비율도 다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1월 31일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서브봇을 실제 매장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LG 클로이 서브봇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제공=LG전자 제공LG전자와 CJ푸드빌이 지난1월 31일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서브봇을 실제 매장에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LG 클로이 서브봇을 체험하고 있다. / 사진제공=LG전자 제공
외식업계 푸드테크 속속 도입…비대면 추세로 활성화 탄력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며 외식업계는 ‘푸드테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 관련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애초에 ‘푸드테크’는 인건비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위해 도입됐다.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대면 결제 추세도 반영된 선택지였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푸드테크’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KFC는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후 불과 1년 만에 특수매장을 제외한 모든 일반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도 전국 점포 60%에 키오스크를 적용했다. 키오스크는 24시간 동안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으며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셀프 시스템이다. 때문에 점원과 고객 간 접촉이 필요 없다. 또 인건비 절감 뿐 아니라 정확한 수입집계도 가능하다.

사람의 단순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도 눈에 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는 1월말 LG전자와 공동개발한 ‘LG 클로이 서브봇’을 서울역사점에 도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빕스 등촌점에 ‘LG 클로이 셰프봇’을 설치했다. BBQ도 지난해 12월부터 헬리오시티에 프리미엄 카페형 매장을 열어 로봇이 서빙해 주는 푸드봇, 자리에서 직접 태블릿으로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 오더, 셀프 주문시스템인 스마트 키오스크 등을 적용했다.

배달업계에선 우아한 형제들이 '푸드테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우아한형제들은 LG전자와 손잡고 배달로봇 상용화에 나섰다. 양사는 LG전자의 인공지능(AI) 및 실내 자율주행 로봇 개발 능력과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배송로봇 등 각종 로봇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실내 자율주행형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식당에 공급, 운영하는 렌탈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식당 로봇 상용화의 시작을 알렸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과 비대면 결제에 대응하기 위해 푸드테크를 도입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되며 키오스크, 로봇 등 푸드테크 도입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진욱 기자

누군가 매크로 돌릴때 마트엔 인간띠…'언택트'가 놓친 것들
서울·경기지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서울·경기지역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우체국 쇼핑몰과 농협몰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겠다"→"읍·면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매장에서 팔겠다".

정부는 지난 달 말 ‘공적 마스크’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했다가 하루이틀만에 오프라인 선(先) 판매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고령층이나 비도심 지역 거주자 등의 구매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일자 매장 직접 판매로 바꾼 것이다. 마스크 물량 확보와 공급량에 연연하다 구매 기회의 형평성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셈이다.

# 비슷한 일은 '마스크 5부제' 도입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정부는 지난 5일 약국을 시작으로 출생연도 끝자리 숫자와 일치하는 날짜에 마스크를 살 수 있는 5부제를 9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인을 빼곤 대리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영유아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행 하루 전 대리수령 범위를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10세 이하 어린이와 80세 이상 고령 노인은 가족들이 대신 구매하는 게 가능해졌다.

최헌정 디자인 기자최헌정 디자인 기자
취약계층 디지털 정보와 수준 70%…언택트 디바이드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정보격차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언택트 소비 문화는 기본적으로 IT(정보기술)에 기반한다. 스마트폰 앱·키오스크 등에 익숙한 세대·계층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엔 큰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온라인 소비와 IT 기술 활용에 서툰 고령층이나 장애인의 소외 문제를 가리키는 ‘언택트 디바이드’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일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과 견줘 69.9%에 그친다. 마스크 대란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도 사실 정보화 취약계층이었다. 온라인과 인터넷 소비에 낯선 고령층, 마스크 구매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민과 장애인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선 각종 정보와 IT 기술을 활용한 마스크 사재기 경쟁이 무법천지처럼 벌어졌다. ‘매크로 프로그램’(Macro Program)으로 구매 주문을 반복해 마스크를 싹쓸이하는 불법도 난무했다. 반면, 오프라인 세상에선 중·장년층이 마스크 몇 장을 사기 위해 마트와 약국 주변에 긴 인간띠를 두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 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하루 전날인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 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하루 전날인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CT 대기업 재택근무 활용…영세 제조기업 '그림의 떡'

반면 IT 인프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디지털 취약계층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생필품 조달은 물론 코로나19 관련 안전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확진자 동선 정보 사이트와 지난 10일 오픈한 ‘공적 마스크 재고 실시간 알림 서비스’도 고령층에겐 낯설었다.

일선 약국에선 '마스크 5부제'를 정확히 파악 못 한 고령층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약국들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일부 모바일 앱에선 뒤늦게 마스크 구매 가능 요일마다 자동 푸시(알림)로 주변 약국 위치와 재고량 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업 생태계에서도 디지털 인프라와 정보 격차 문제는 예외가 아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원격·비대면 재택근무가 일상화했지만 ICT 인프라를 갖춘 기업에 국한된다"며 "영세 제조기업에 재택근무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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