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안 돼" 출근 거부 공익, 대법원 실형 내린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0.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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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전쟁 전제로 한 병무청, 더 이상 소속될 수 없어" 출근 거부…법원 "양심과 병역 조화 안 될지 의문"

/사진=뉴스1/사진=뉴스1


종교 신념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한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이 대법원에서 1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회복무요원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노인요양시설에서 복무하던 도중 85일 간 출근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갖게 된 양심에 따라 복무를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전쟁을 전제로 하는 병무청에 더 이상 소속돼 있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복무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이듬해 1·2심은 A씨가 종교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주장하더라도 병역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주장하는 양심이 헌법 상 병역의무보다 반드시 우선한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A씨가 이미 군사훈련을 마치고 노인요양시설에서 복무하고 있어 군사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유죄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A씨의 종교 신념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무를 조화시키는 것이 과연 불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종교 신념,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A씨의 유죄 판결은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더 이상 군사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전쟁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A씨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1·2심 판단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종교,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무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은 병역거부자의 가치관과 신념, 진실성을 따져 엄밀히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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