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코로나 매출' 쿠팡의 자정능력은
지난 6일 쿠팡 본사를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김범석 쿠팡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쿠팡과 로켓배송이 국민들 생필품을 긴요히 전달한 사회적 편익은 크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방역물품 부당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공정위가 이런 쿠팡에 일단 자정을 촉구하는 이유가 이 시기에 일방적인 제재를 하기보다는 자체적인 규율 마련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공정위 "일단 한번은 봐줬다"
지난 6일 쿠팡 본사를 찾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쿠팡은 2018년 ‘부당 반품’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21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의 2018년 5월 24일자 의결서(재판 판결문에 해당)에 따르면 쿠팡은 6개 납품업자로부터 사들인 499개 상품(총 2000만원)을 일방적으로 반품시켰다. 반품 사유는 발주 오류, 딜오픈(판매시작) 지연, 거래방식 변경, 납품업자 요청 등으로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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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쿠팡에 귀책사유가 있거나, 쿠팡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한 사유로 반품했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해명에 대해선 "납품업체의 자발적 요청이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최초 9000만원으로 산정한 과징금을 80%나 삭감해줬다. 쿠팡이 적자기업이라는 이유로 벌금을 깎아준 것이다. 우선 ‘조사 협조’를 이유로 20%를 감경해줬고, 이후 '완전자본잠식과 5년 연속 순손실'이란 점을 감안해 총 80%를 감면했다.
적자 대신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쓰는 쿠팡은 2017년 6389억, 2018년 1조970억이나 영업손실을 냈다.
소비자 편익 말하는 쿠팡은 '뜨거운 감자'
소비자 주권을 내세우지만 그러다 보니 급성장한 유니콘 기업으로 직원 관리 등에서 아마추어적인 행태가 드러난다. 지난 12일 쿠팡 배송직원이 새벽 근무 중 유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민주노총은 즉각 계약직 쿠팡맨이 ‘무한경쟁’과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에 직접고용 된 배송직원들은 최근 3년(2015~2017년)간 배송물량을 3.7배나 늘려왔다. 2015년 1월엔 1명이 평균 56.6개를 배달했지만, 2017년 12월엔 210.4개까지 늘었다. 코로나로 배송이 폭증한 올 2월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년여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을 거란 예측도 나온다.
쿠팡맨들은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규직 고용 원칙, 배송지 환경 등을 요구한다. 쿠팡은 "개인 배송역량, 지역 여건을 종합해 업무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쿠팡 내사 시작…이번에도 봐줄까
김범석 쿠팡 대표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난해 우아한형제들(5월)과 위메프(6월), LG생활건강(6월), 크린랩(7월)이 잇달아 쿠팡을 갑질 혐의로 신고했다. 우아한형제들과 위메프 건은 각각 분쟁조정과 신고철회로 문제가 풀렸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경쟁 사업자들과 물밑협상을 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나머지 2개사는 주장을 거두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은 부당한 주문 취소를, 크린랩은 일방적 거래 중단을 이유로 쿠팡을 신고했다. 쿠팡은 혐의를 부인하지만 이번 공정위 내사는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시국에서 시장 영향력이 배가된 이 기업에 지난번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성욱 위원장이 쿠팡을 직접 찾아 자정노력을 신신당부한 까닭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