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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장비 어쩌나"…美·유럽 셧다운에 반도체도 '빨간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3.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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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코로나19(COVID-19) 감염증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 전략기지인 미국과 유럽을 휩쓸면서 현지업체에서 생산장비를 공급받는 삼성전자 (45,800원 1950 -4.1%)SK하이닉스 (78,400원 4900 -5.9%)가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자칫 장비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면 향후 1~2년 동안의 투자와 생산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장비업체 잇단 생산 제한


"1000억 장비 어쩌나"…美·유럽 셧다운에 반도체도 '빨간불'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리버모어 공장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네덜란드 ASML도 지난 12일부터 임직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순차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는 캘리포니아 본사 인원에 한해 재택대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업체는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다. 3개 업체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들 업체에서 주요 장비를 공급받는다.

ASML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7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지난달 본격 가동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V1라인에 ASML의 EUV 노광장비가 대거 들어갔다.

램리서치는 실리콘웨이퍼에 그려진 회로도를 깎아내는 식각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와 5000만달러(약 620억원)를 들여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반도체업계와 폭넓게 협력하고 있다.



"장기화 땐 삼성·SK 전략도 차질 불가피"


2018년~2020년(예상치) 글로벌 반도체 생산라인 장비 투자액. /자료제공=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2018년~2020년(예상치) 글로벌 반도체 생산라인 장비 투자액. /자료제공=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
이들 업체의 생산 차질이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고스란히 충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다.

반도체 핵심장비의 경우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데다 제조라인마다 설비환경과 공정 특성에 맞춰 제작·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업체가 협력해 수개월 동안 작업을 진행한다. 장비 제작에서부터 설치까지 길게는 1년이나 걸린다.

때문에 장비 조달이 틀어질 경우 여파가 1~2년 뒤의 중장기 투자계획이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완공 목표인 평택 제2생산라인 가동부터 문제에 노출될 수 있다. 중국 시안 X2와 국내 화성 V1라인의 설비증설 작업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든다.

SK하이닉스도 경기 이천 M16 생산라인 공사와 충북 청주 M15, 중국 우시 C2F 생산라인 장비 입고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사태가 장기화하면 연간 투자 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선 공급차질→가격상승 상쇄 전망도


"1000억 장비 어쩌나"…美·유럽 셧다운에 반도체도 '빨간불'
대체 장비를 조달할 업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두권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는 전 세계에서도 손 꼽는다.

업계 한 인사는 "장비시장은 자본과 기술력, 오랜 노하우가 필수적인 산업 특성상 소수업체가 경쟁하는 과점 형태"라며 "소재·부품·장비업계와 제조업체가 상호의존하는 구조여서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비조달 차질로 공급 문제가 현실화한다면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사의 타격이 상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수요 감소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격이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보다 5∼10%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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