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채권안정펀드, 당국과 금융사들의 고민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한정수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20.03.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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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 등으로 국내 증시가 8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대비 코스피 108.51p(7.44%) 오른 1566.15p, 원/달러 환율 39.2원 내린 1246.5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39.40p(9.20%) 오른 467.75p로 마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 등으로 국내 증시가 8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대비 코스피 108.51p(7.44%) 오른 1566.15p, 원/달러 환율 39.2원 내린 1246.5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39.40p(9.20%) 오른 467.75p로 마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당국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각각 10조원 규모로 증시안정펀드와 채권안정펀드를 출범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금융지주, 은행, 보험, 증권, 캐피탈 등 사실상 거의 전 권역이 펀드에 출자할 예정인데 저마다 자금 여력이 다르고 재무구조에 미치는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현재보다 펀드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독려하는 중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나,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증시안정펀드의 경우 상장주식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BIS, NCR 산정에 반영되는 위험가중치를 100~300%까지 적용해야 할 전망이다. 은행과 카드사는 300%, 금융투자회사는 100% 정도다.



금융지주회사가 증시안정펀드와 채권안정펀드에 총 2조원을 투입하면 최대 6조원의 위험자산을 반영해야 할 수 있고, 이는 추후 자금조달이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펀드가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펀드 운영기준이나 투자대상을 정하는 것도 숙제 중 하나다. 채권안정펀드는 기존 기준이 있어 그나마 낫지만, 증시안정펀드는 아직 세부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상품에 집중할지, 아니면 코스피200 같은 상장주식을 직접 매입하느냐 등에 따라 부담과 효과가 달라진다"며 " 증시안정펀드를 언제까지 운영할지, 그리고 수익이 나거나 손실이 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아울러 시장판단에 대해서도 논쟁이 큰 상태다. 주가지수 레벨별로 투입자금을 달리할지, 혹은 지수반등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시장이 안정됐다고 봐야 하는 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펀드를 각 사별로 나눠 집행할지 아니면 한 두 자산운용사에 위탁해야 할지도 지켜볼 사안이다. 이는 채권안정 펀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특히 펀드에 출자해야 할 금융권의 자금 여력이 각각 다르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시중은행들은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한국은행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반면 다른 업권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우선 증권사들은 자금 자체가 충분치 않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최근 해외 주가지수를 토대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유동성이 커지면서 자체 운영자금에 대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요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부국증권, KTB투자증권 등도 부동산 상품과 관련해 선제 보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보험사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과거 고금리 때 판매한 적자보험이 수두룩해 자금부담을 느끼는 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변동이 가장 큰 숙제"라며 "반면 증권은 NCR(순자본비율) 200%가 금감원 권고이고 보험은 지급여력비율(RBC) 150%가 제시되는데 이보다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펀드에 한 번에 자금을 넣지 않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 안에서 자금을 분할 투입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펀드를 운영하기로 했다"면서도 "이로써 BIS나 NCR 등의 비율에 미치는 악영향은 경감됐지만 근본적으로 보험이나 증권에는 금융당국의 별도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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