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의 맛'에 눈뜬 방콕족…쓱, 치고들어간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3.23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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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이마트, 코로나19에 온라인 폭발 성장

SSG닷컴 새벽배송/사진제공=신세계그룹 블로그SSG닷컴 새벽배송/사진제공=신세계그룹 블로그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에 인구 감소세, 온라인 쇼핑몰 성장까지. 변화하는 인구, 소비 구조는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에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덮친 구조적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위 대형마트 브랜드인 이마트 (61,600원 ▲800 +1.32%) 역시 소비 트렌드 변화의 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지난해 분기 첫 적자를 기록하는 쇼크를 계기로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는 구조조정하고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에 집중하는 대규모 사업 재편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 시행으로 '방콕'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모든 가족이 삼시세끼 집에서 밥을 챙겨먹는 '돌밥(돌아서면 밥)' 상황 속 초기 온라인으로 쏠렸던 매출 증가세는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경제의 맛에 눈을 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온라인(SSG닷컴) 강화, 새벽배송 부문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김포센터 / 사진=이마트이마트김포센터 / 사진=이마트
◇국내 토종자본으로 탄생…1위 브랜드로
이마트는 명실공히 국내 1위 대형마트다. 온 국민이 알 정도로 뛰어난 브랜드 인지도를 지녔다. 브랜드명을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꾼 후 편의점 사업이 업계 5위서 4위로 뛴 것이 그를 증명한다. 외국계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서 발을 붙이지 못한 것도 이마트가 한국 시장을 꽉 잡고 있었던 영향이다. 이마트는 유통 2등 사업자였던 신세계그룹에 1등을 안겨준 브랜드라는 점에서도 자긍심이 강하다.



이마트 탄생은 1993년으로 거슬러 간다. 'Everyday low price MART'라는 사명처럼, 그해 11월 창동에 첫 점포를 열어 공산품이나 신선식품을 편리한 위치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는 환호했고 설립 첫해 종업원 27명, 매출 450억원이었던 이마트는 현재 종업원 2만5797명(3분기 말), 연매출 18조1680억원(지난해 연결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했던 이마트도 대형마트 업계에 찾아온 구조적 한계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냈다. 소비 부진과 맞물려 대형 오프라인 점포 역시 수익성이 떨어졌고, 국내 인구 수가 정체되면서 성장 한계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이마트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통적 유통업체 중 온라인 사업을 가장 먼저 키워온 곳이다. '쓱'으로 통용되는 SSG닷컴을 통해 백화점 상품과 식료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우고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올해 수익성을 해치는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기존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 전문점은 과감히 없애는 동시에, 온라인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언택트의 맛'에 눈뜬 방콕족…쓱, 치고들어간다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기회
이마트에 따르면 1~2월 누계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족'이 늘어나면서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식료품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실제 SSG닷컴의 1월부터 3월15일까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신장했다. 평소 연간 20%대 안팎 성장하는 것에 비해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SSG닷컴에서 이마트몰 비중은 약 50%를 차지한다.

상품군별로 보면 간편가정식(HMR)을 필두로 한 식료품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2월19일부터 3월19일까지 이마트의 쌀과 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32% 급성장했다. 피코크 HMR 제품도 같은 기간 12%, 소고기·돼지고기도 16~17%대 늘었고, 냉동만두와 냉동분식류는 각각 29%, 41%의 증가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이 4조9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54억원, 737억원으로 각각 1.5%, 5.7% 확대가 예상된다.



최근 들어서는 이 수치가 점차 상향조정되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메르스 당시엔 대형마트 사업이 내수 위축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2020년 코로나19는 소비자의 외출 자제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와 사재기 현상이 특징적"이라며 "이마트의 1~2월 누적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6% 성장했고 온라인 매출은 약 40% 성장하는 등 의외의 반사이익이 나타나면서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매출 증가+구조조정 효과='시너지'
이마트는 올해 대규모 사업 재편에 나선다. 먼저 신선과 푸드코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점포 30% 이상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식료품과 쇼핑몰이 결합한 '미래형 점포'로 소비자 발걸음을 적극 오프라인 점포로 유도할 계획이다. '노브랜드'는 물론,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쓱데이' 등 초저가 전략에도 힘을 쏟는다.

동시에 적자 규모가 큰 전문점은 과감히 접는다. 만물잡화점 '삐에로쇼핑' 7개점은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하고,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는 상권별 구조조정을 시행한다. 인기가 높은 '노브랜드' 전문점은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다.



SSG닷컴을 통한 '새벽배송' 등은 강화하고 있다. 이미 새벽배송 권역을 지난해 서울 10개구에서 현재 17개구로 넓혔고, 지난해 12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3'을 열면서 대량 주문 역량이 더욱 강화됐다. 여기에 지난달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부터는 전국 P.P(Picking&Packing) 센터의 일 처리물량을 기존 대비 최대 20% 늘려 6만건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인력도 증원해 새벽배송 처리 물량도 종전보다 50% 확대했다.

'언택트의 맛'에 눈뜬 방콕족…쓱, 치고들어간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언택트' 소비에 최적화된 대형마트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바잉파워도 어느 업체보다 막강한 만큼 최근 코로나19 국면 속 온라인 역량 강화를 계기로 제2의 도약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온라인 분야 라이벌인 마켓컬리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주문이 폭증하고도 원가 경쟁력이 약해 고객 잔여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쿠팡은 장사가 잘될 수록 물류비용이 급증해 손해인 것과 상반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올해 할인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845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이중 1600억원을 오프라인 점포 개선에 할당했다"며 "오프라인 기존점 매출이 신장세로 전환하면서 하반기부터 온.오프라인 합산 매출이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단기적으로 코로나 이슈가 온라인몰 성장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는 역사적 저점
이마트 주가는 지난 20일 전날보다 3500원(3.45%) 오른 10만5000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서 이마트 주가도 상승했지만, 여전히 최저가 수준이다. 이마트는 지난 19일 장중 52주 최저가인 9만7300원을 찍었다. 지난 2011년 6월10일 신세계에서 분할상장한 후 역사적 최저가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소비심리가 둔화될 경우 오프라인 매출이 다시 꺾일 수 있다며 이마트의 실적 개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멈췄던 소비가 급부양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정부가 펼쳐놓은 소비 부양책에, '코로나19 감옥'에 갇혀있던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정부가 소비부양책을 쓰고 재정지출을 확대한 후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가 따라서 늘어난만큼 하반기 국내 민간소비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반기 내수가 살아난다면 가장 큰 수혜는 체질을 변화한 이마트가 될 가능성이 있고, 현재 역사적 저점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이 이마트를 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3배로 연간기준 최저치를 50% 가량 하회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타격 정도, 주가 하락폭, 이론적인 주가 최저점 등을 감안할 경우 이마트는 저점 매수 전략으로 우선 건져내야 할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이 지닌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은 2020년 예상실적 기준 13배로 전년보다 높지만, 올해 증익 기대감을 고려할 때 살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마트가 체질 변화를 위해 M&A(인수합병)에 나서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실시간 배송 서비스 '부릉(VROONG)' 운영업체인 메쉬코리아의 지분 투자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SSG닷컴이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진협 연구원은 "SSG닷컴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커머스 주문 폭증을 경험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유입된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렸다"며 "이번 사태로 수요가 집중된 식품/생필품 부문은 대형마트 온라인몰이 강점을 가진 분야고,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앞서 '네오.3'를 완공해 안정적으로 배송을 한 것이 긍정적 인상을 준만큼 SSG닷컴 성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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