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100선 경고한 센터장 "하루 반등했다고 바닥?"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3.22 08:20
글자크기

[주간증시전망]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2008년 9월 15일. 국내에서는 추석 연휴로 사람들이 쉬고 있을 시각. 세계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협상은 결렬됐지만, 한국 증시의 파장은 막대했다. 2008년 연초 1800선이던 주가는 당해 10월 1일 장중 892.16까지 급락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융위기였다.



이번 코로나19(COVID-19) 사태도 어떻게 귀결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코스피지수는 한 달 새 30%가 급락했다. 지난 20일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8거래일 만에 급반등했지만, 미국 증시가 재차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 각국 정부의 대책이 맞서는 증시가 이번 주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 등으로 국내 증시가 8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대비 코스피 108.51p(7.44%) 오른 1566.15p, 원/달러 환율 39.2원 내린 1246.5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39.40p(9.20%) 오른 467.75p로 마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 등으로 국내 증시가 8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날대비 코스피 108.51p(7.44%) 오른 1566.15p, 원/달러 환율 39.2원 내린 1246.5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39.40p(9.20%) 오른 467.75p로 마감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2일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증시가 급반등했지만, 증시를 하락으로 이끌고 있는 경제 성장률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증시 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증시가 본격적으로 폭락하기 이전인 지난주, 최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11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선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그는 "1100선은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실제 경제 타격과 기업 신용리스크,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가 3월 들어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 확산되면서 경제 타격이 2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JP모건 등 글로벌 IB들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중국은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1.1%다.

최 센터장은 "생산과 소비가 중단됐는데, 증시가 하루 반등했다고 해서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동과 교류 제한이 지속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위기가 가시화된 것은 아니다. 그는 "부도 위험과 실제 부도는 다르다"며 "당연히 현금 흐름이 어려워지면서 신용위험이 커질 텐데 이를 정책적으로 잘 풀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35%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국내 기업 중 3분의 1이 돈을 벌어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센터장은 "죽어가는 기업을 모두 살리는 것은 모럴 해저드 등의 문제가 있지만, 단순히 유동성 부족에 빠진 기업은 정부가 돈을 풀어 구해야 한다"며 "지난주 채권안정펀드 등이 나왔지만 단기자금 시장에 추가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가계 부채와 직결된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융과 가계부채에 타격이 생겨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통제가 어렵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여러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동시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현재 각국 정책으로 신용위험을 막으려고 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 큰 충격이 없다면 국내 요인으로만 1100선까지 추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예측할 수 없어 증시 변동성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사진제공=SK증권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사진제공=SK증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