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미래가 극도로 불투명한 시장이지만 개인들은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나선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코스피지수도 최근 한 달간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이 지수를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는 매일 수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신용·미수거래, 다시 생각하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투자에 지속적인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신용·미수거래 등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한 투자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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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주식거래는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일정 기간(통상 90일) 부족한 금액을 빌려 투자하는 방법이다. 미수거래도 이와 유사하되 차입 만기가 3거래일로 기간이 훨씬 짧다.
실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던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신용융자잔고는 10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지난 13일 9조원대로 내려앉은 잔고는 19일에는 7조 원대로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큰 폭의 잔고 감소를 반대매매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가 기간 내 돈을 갚지 못한 경우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하한가에 강제매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하루에도 종목주가처럼 크게 변동하는 장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는 큰 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차' 싶은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신용이나 미수 거래를 하기보다 차분히 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금확보가 투자전략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 대형증권사의 반포지역 담당PB(프라이빗 뱅커)는 "고객들에게 당분간은 시장을 예의주시 해야 하는 상황이지, 주식에 투자해야 할 때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지금은 현금을 확보하고 1분기 기업실적이 나온 이후 보수적으로 투자하기를 권고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이므로 섣불리 증시바닥을 논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만약 지금이 바닥이라 하더라도 폭락장에서는 대체로 V자보다 W자로 증시가 회복하는 만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시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간을 투자하자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에서 장이 열리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3% 넘게 하락한 채 출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간밤 미국 뉴욕지수가 일제히 폭락,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97.10포인트(12.93%) 급락한 2만30188.5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도 324.89포인트(11.98%) 밀린 2386.13를 나타냈다.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970.28포인트(12.32%) 내린 6904.59를 기록했다. 2020.3.17/뉴스1
잦은 매매를 지양할 필요도 있다. 주식 거래창에 뜨는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수익률과 퍼렇게 물든 투자종목들에 '멘탈'이 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간 내 매매를 반복할 경우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수 천명이 모여 주식 종목을 토론하는 한 모바일 메신저방에는 최근 '손절(주식 처분)한 다음날 반등하더라', '조금 덜 손해 보려고 오를 때를 기다렸다. 내일 대체 어떻게 빠져나가냐' 등 답답함을 드러내는 글들이 다수였다. '투자한 종목이 올라갈 자신 있다면 끝까지 들고, 자신이 없으면 팔고 빠져야 한다' 등 각자의 투자원칙을 소개하는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폭락장에서는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주식 창에 뜨는 손실액은 '평가액'일 뿐 '확정액'이 아니다"라며 "팔지 않으면 손실이 아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금융위기 때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장기투자한 사람들이 승리했다"며 "지금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