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버핏, 코로나 폭락장에 어디 투자했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3.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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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의 머니뭐니]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로 국내 증시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출발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로 국내 증시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출발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말 이번 한주는 '패닉'이 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코스피가 1700까지 떨어지면서 '바닥'을 생각했지만, 시장은 사정 없었습니다. 1500선이 속절없이 깨지는 것을 보며 두려움을 넘어 '무상함'을 느낀 투자자들도 많았을 겁니다.

지난 금요일 코스피가 7%, 코스닥이 9% 이상 상승 마감했습니다. 바닥을 찍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계속됐던 추락이 멈췄습니다. 전날 밤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에 믿음을 줬습니다.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저는 12년 전이 떠올랐습니다.

2008년 10월29일 저는 당시 한국은행을 출입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매일 매일이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주식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여기저기서 달러가 모자르다는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밤 늦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30분 중대 발표가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0월 30일 새벽 6시30분 미국과 3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에 대한 한은 총재의 공식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지금도 당시 모습이 생생히 기억 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관련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관련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위기 당시 또 기억 나는 것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의 대형 철도회사에 사상 최대 베팅을 했던 것입니다.

2009년 경제가 대침체의 수렁에 깊이 빠져 있을 때 버핏 회장은 철도업체 벌링턴 노던 싼타페(BNSF)를 기존 투자금, 부채인수 등을 포함해 총 44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M&A) 딜이었습니다.


당시 버핏 회장은 "이번 투자는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올인 베팅"이라며 "향후 경제가 성장하는 한 철도사업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버핏은 철도주에 2006년부터 투자를 시작했고, 금융위기가 본격화됐을 시기에도 철도주 투자를 늘렸습니다.

/사진=BNSF 홈페이지/사진=BNSF 홈페이지
당시 버핏의 이같은 투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모한 도박', '위험한 몰빵투자', '비싸게 샀다', '한물간 산업에 집착한다'는 등 많은 비판과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은 2014년 주주총회에서 "찰리(찰리 멍거 부회장)와 나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쪽에 거는 베팅이 거의 확실하다고 언제나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시장경제에 뿌리박힌 활력은 계속해서 마법을 발휘할 것이다"며 "미국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버핏의 BNSF 인수는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몇 배나 뛰었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인수 이후 10년도 안 걸려 배당을 통해 인수 비용을 거의 회수했습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가운데 왼쪽)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취재진에 휩싸인 채 미국 고강도 금속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트의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해 8월 프리시전을 인수했다. 1949년에 설립된 프리시전은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요 항공업체에 제트엔진 터빈 날개 등을 공급한다. 오마하(미국)=AP / 사진제공=뉴시스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가운데 왼쪽)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취재진에 휩싸인 채 미국 고강도 금속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트의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해 8월 프리시전을 인수했다. 1949년에 설립된 프리시전은 보잉과 에어버스 등 주요 항공업체에 제트엔진 터빈 날개 등을 공급한다. 오마하(미국)=AP / 사진제공=뉴시스
버핏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항공주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1989년 U.S 에어웨이 우선주에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이후 항공주 투자를 '금지'해 왔습니다. '끔찍한 종목'이라고며 혐오감까지 보였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항공산업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포착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미국 항공산업의 대주주 입니다. 델타항공 지분을 11%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유나이티드항공의 지주회사) 지분을 각각 9.0%, 8.8% 보유한 대주주 입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항공주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60달러 대에 거래됐던 델타항공은 20달러 초반대로 추락했고, 올해 2월 중순까지 80달러 대를 유지했던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 주가도 20달러 근처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주가 역시 55달러 대에서 30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버핏의 항공주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2019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매입단가는 각각 44.07달러, 54.47달러, 41.55달러 입니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따져볼 때 각각 -51.2%, -60.9%, -25.7%의 평가손실이 난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버핏 회장은 여전히 항공주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는 지난 13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항상 팬더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하지만 이런 일이 향후 인류의 발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고, 나는 항공주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의 귀재' 버핏, 코로나 폭락장에 어디 투자했나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마이너스(-)가 난 것은 더 있습니다. 더뱅크 오브 뉴욕 멜론(-33.9%), JP모간(-21.9%), U.S 뱅코프(-13.0%) 등 일부 금융주도 손실이 난 상태입니다.

물론 보유주식 상위 15개 전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종목의 현재 평가수익률은 77.3%에 달합니다. 이미 현금화해 가지고 있는 '총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버핏도 특정 종목에서 이같은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은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의 이동이 사실상 멈췄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거나 출장 가는건 당분간 생각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5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보이는 이때, 버핏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만약이라도 그를 만나 물어볼 기회가 있다면 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그때 두렵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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