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저가 대한항공에 500억…개미들 '버핏 따라잡기'?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0.03.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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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 운항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20시 45분 출발 예정인 우한행 전세기 KE9883-HL7461편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대항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 운항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20시 45분 출발 예정인 우한행 전세기 KE9883-HL7461편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에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3일간 대한항공 주식을 550억여원어치 사들였다.

최근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언젠가 회복을 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상반기 고비만 넘기면 업계의 경쟁이 완화하면서 대한항공의 매력도가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대한항공을 880억여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들어 매수세가 특히 더 몰렸는데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3일 동안 개인 순매수액은 554억4100만원에 달한다. 주가는 이달 들어 2만2300원에서 1만5250원까지 떨어졌고, 이날 장 초반 1만28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당분간 실적과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들이 대한항공 주식을 사모으고 있는 것은 "1등 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최근 개인들이 빚을 내서까지 삼성전자에 '올인'을 하고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아무리 경제가 망가진다고 해도 항공사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언젠가 사람들은 여행을 할 것이고, 경기도 풀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비용항공사(LCC)라면 몰라도 대한항공은 다시 일어설 힘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며 "회복이 조금 더딜 수 는 있겠지만 더 믿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신저가 대한항공에 500억…개미들 '버핏 따라잡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달 초 델타항공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 점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버핏 회장은 평소 "주가 급락은 좋은 것"이라며 "좋은 회사를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델타항공 주식 97만6000주를 4530만달러(약 564억원)에 사들였다. 이 매입으로 버크셔해서웨이의 델타항공 지분은 11.2%로 늘어났다. 버핏 회장이 델타항공 주식을 담은 지난달 27일은 뉴욕 다우지수가 4.42%의 큰 하락폭을 기록한 날이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종의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히려 불황이 길어질 수록 대형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힘든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일본 불매운동 등이 일단락돼 억눌린 여행 소비가 분출될 때 모든 항공사가 이를 누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설비투자 축소와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집중할 시점이며 상반기 고비만 넘기면 여객과 화물 모두 경쟁이 완화하는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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