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빚 10년 갚았는데, 또 돈 빌려 버티라니…"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정한결 기자 2020.03.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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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한 식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업 중이다. /사진= 임찬영 기자20일 찾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한 식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업 중이다. /사진= 임찬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함에 따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시름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실행하겠다고 나섰지만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인들의 불안을 지울 수는 없었다.

매출 절반 이상 감소 … "한 모 팔아 2000원 벌어"
20일 오전 9시쯤 찾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 시장의 모습. 사람이 많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의식한 듯 시장에서는 현수막을 통해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20일 오전 9시쯤 찾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 시장의 모습. 사람이 많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의식한 듯 시장에서는 현수막을 통해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20일 오전 8시20분쯤 찾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 식당 안에는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식당 사장은 혼자 앉아 하염없이 뉴스만 바라보고 있었다.

17년째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씨(64)는 "아침이면 석촌호수에서 운동하러 온 손님들이 국밥을 먹으러 왔었는데 요즘에는 찾아오지를 않는다"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도 오전 주요 손님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석촌동에서 2년 정도 김밥집을 운영했다는 A씨도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 정도 매출이 줄은 것 같다"며 "장사가 너무 안 되니까 장사도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부터 잠시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잠시 쉬고 싶다고 밝혔다.

인근에 있는 시장 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여파로 시장을 찾는 손님 자체가 줄어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두붓집을 운영하는 B씨는 "1시간 동안 두부를 한 모만 팔아 2000원밖에 못 번 적도 있었다"며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식당에도 손님이 없고 그렇다 보니 식당 주문도 줄어 이전보다 매출이 1/3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만 해도 오후 9시30분쯤 매장 문을 닫았는데 최근에는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신청하는지를 몰라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도 오전이면 채소 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여야 하지만 시장 안 분위기는 조용했다. 휴대전화만 보고 있거나 신문을 보며 조는 상인들도 보였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강태원씨(72)는 "가뜩이나 전통시장 안 오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 더 힘들어졌다"며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으로 사람이 텅텅 비었다"고 호소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모씨(64)도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70% 줄었지만 단골이랑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다"며 "애들 독립해서 부담은 덜하지만 부부 둘 벌어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밝혔다.

정부 50조 지원 방침 밝혔지만 … "50조는 결국 빚인데..."
2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 정한결 기자20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 정한결 기자
이렇게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계속되자 정부에서 50조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국밥집 김씨는 "금리가 싸니까 그걸로 일단 장사가 안 되는 부분을 메꾸면 될 것 같긴 하다"며 "나가는 고정 지출이 있는데 대출이 가능해서 우선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일단 안심은 됐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신규 지원 12조원 △5.5조원 규모 특례보증지원 △대출 원금 만기 연장 모든 금융원 확대 △모든 금융권 대출금 이자 납부 유예 △연 매출 1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 5000만원 한도 전액 보증 등이다.



그러나 수산물 가게 강씨는 "정부가 50조 지원한다고 하는데 일시적으로 막는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결국 다 빚"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잘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빚은 물려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순댓국집 박씨도 "50조를 푼다고 했지만 결국 그 돈은 다 빚이 될 것"이라며 "IMF 때 빌린 돈 갚느라 10년이 걸린 만큼 또다시 빚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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