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은 역대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56.79포인트(11.71%) 하락한 428.35로 마감했다. 기존 최고 하락률이었던 9·11테러 당시(2001년9월12일 -11.59%)와 IT버블 붕괴 때(2000년4월17일 -11.4%)보다 더 큰 낙폭이었다. 코로나19가 증시에 역대급 충격을 몰고 온 것이다.
하한가 종목도 속출했다. 이날 하한가(전일 대비 30% 하락)를 기록한 종목은 코스피 6개, 코스닥 26개로 총 32개 종목인데, 2013년 6월35일 33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코퍼레이션, 파크시스템스, 인트로메딕, 퓨전, 유에스티, 국일신동, 지코, 팍스넷, 아우딘퓨쳐스, 효성화학, 에이프런티어, 한빛소프트, 휴림로봇 등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과거 전염병이 증시에 미친 영향과 비교하며 이번에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전염병의 대확산으로 실물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기업들의 신용경색으로 인한 연쇄 부도 우려까지 나오며 '바닥' 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기초한 증권가의 저점 예측도 무색해졌다. PER(주가순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증시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서 코스피 저점을 하향 조정하자마자 이를 뚫고 내려가는 일이 반복된다.
공포가 지배하는 증시에선 밸류에이션이나 저점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고점 대비 20~30%가량 조정된 상태인데,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던 2008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 기준으로 하면 1100~120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과거 2008년 금융위기나 1998년 IMF사태와 같이 실물경제에 큰 쇼크를 발생시킨다면 증시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코로나19의 무서운 점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둔화시킨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꺼리면서 소비는 위축되고 기업은 생산량과 인력을 감축한다. 이는 실업자 증가로 이어지고 가계 수입이 줄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나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26% 하락했는데 과거 IMF나 금융위기 당시 하락폭(-50%)에는 못 미친다"며 "코로나19가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발전하면 코스피가 12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