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1개의 코로나 유전자 10억개로 늘린다, PCR 진단법이란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20 05:32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류준영의 속풀이 과학-(5)]바이러스와 유전자 검사 기술

편집자주 ‘속풀이 과학’은 신문 속 과학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면과 뒷이야기, 혹은 살면서 문득 갖게 된 지적 호기심, 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과학상식 등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 이미지/자료사진코로나19 이미지/자료사진




19일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누적 확진 환자가 20만 명, 사망자는 80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더 큰 감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선제적 바이러스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단기기 공급 부족으로 검진 자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각국 방역 당국이 큰 애를 먹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세계 각국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바이오기업들에 SOS를 보낸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씨젠이나 솔젠트 등을 비롯해 지난 17일 코젠바이오텍, 에스디바이오센서,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이 코로나19 유전자 진단 시약에 대한 수출 허가를 획득, 각국과의 협상에 나선 상태다. 이들 업체가 보유한 코로나19 진단 방식은 모두 동일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연쇄반응) 기술이다. 과연 어떤 기술일까.

바이러스도 흔적 남긴다…1개 유전자 10억 개로 늘리는 ‘PCR 매직’
범행 현장에서 이뤄지는 감식 활동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관들의 활약상을 다룬 미국 인기 드라마 ‘CSI 시리즈’는 지문·혈흔·머리카락 등에서 DNA(유전자)를 감식하는 모습이 매회 등장한다. 결정적 단서는 늘 범인의 DNA다.



바이러스도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생명체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4개 염기가 서로 쌍을 이뤄 나열된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다. 바이러스도 자신만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진다. 총 16개국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은 약 103개. 이 특이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PCR이다.

PCR는 분류하면 분자 진단법에 속한다.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일반적으로 분자진단, 면역진단으로 나뉜다. 면역진단 방식은 정확도·신뢰도가 분자진단보다 떨어진다. 이 때문에 WHO(세계보건기구)에선 분자진단 시약에 대해서만 긴급사용 승인을 하도록 권고한다. 국내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코젠바이오텍의 ‘리얼타임 PCR키트’, 씨젠의 ‘올플렉스’, 솔젠트의 ‘디아플렉스Q 노블’, SD바이오센서의 ‘스탠다드M 리얼타임 키트’ 등 4종 모두 이 같은 분자진단 방식이다.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조하고 있다/사진=코젠바이오텍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제조하고 있다/사진=코젠바이오텍
PCR는 적은 양의 유전자를 복제·증폭해 측정한다. 유전자의 존재 유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CR를 통한 코로나19 진단 과정을 보면 먼저 환자의 입과 코에 긴 면봉을 집어 넣어 타액과 콧물 등 검체를 확보한다. 이 검체에서 핵산(RNA)을 추출한 후 코로나19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를 증폭할 시약(합성효소)을 넣고 온도를 급격하게 올리고 내리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이런 사이클을 한 번 일으킬 때마다 동일 바이러스 유전자가 2배로 증폭된다. 30회 이상 일으키면 바이러스 유전자가 대략 10억 개 이상 늘어난다. 여기서 코로나19 검출유전자인 E, RdRp, ORF1a, N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게 된다.

WHO가 권고한 RdRp·E유전자, 미국 CDC가 쓰는 N 유전자, 무엇이 우선?
현재 국내 RT-PCR 검사용 진단시약을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유전자는 WHO 초기 권고에 따른 RdRp와 E 유전자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RdRp 보다 N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7~43배 정도 민감도가 높아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 CDC도 N 유전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RdRp와 N 유전자의 민감도 차이는 코로나19 양성·음성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증상이 사라진 뒤 다른 유전자는 모두 음성인데 N 유전자만 양성으로 나와 퇴원하지 못하는 환자가 간혹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 중 ‘리얼타임 PCR키트’는 E와 RdRp 유전자 2종을 검출한다. ‘올플렉스’는 E·RdRp·N 등 3종을 검출한다. ‘디아플렉스Q 노블’은 ORF1a와 N 유전자 2종, SD바이오센서의 ‘스탠다드M 리얼타임 키트’가 E와 RdRp 유전자 2종을 검출한다.

씨젠 진단시약 생산현장 / 사진제공=씨젠씨젠 진단시약 생산현장 / 사진제공=씨젠
PCR 이전 감염병 검사 수주 걸려…메르스때 본격 활용
PCR는 1983년 미국 바이오벤처 세투스의 캐리 멀리스 박사가 개발했다. PCR 기술은 유전자 분석·조작, 단백질 인공 합성기술 등의 토대가 돼 유전공학 시대를 열어젖힌 일등공신으로도 평가받는다. PCR는 특히 유전자 질환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로 전염병 진단 분야에 일대 혁신을 꾀했다. 멀리스 박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기술이 없던 이전의 검사과정은 복잡하고 더뎠다. 전염병이 발생해서 진단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일단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배양한 다음 진단 항체를 이용해 무슨 바이러스인지를 확인했다. 이 과정이 수주 이상 걸려 결과가 나올 때가 되면 이미 감염병은 휩쓸고 지난 간 뒤였다.

이런 긴 검사기간을 단 하루로 좁힌 검사기술이 PCR이다. 감염병 발생 시 즉각적인 방역과 검역 조치가 가능해진 것도 PCR로 이르면 6시간, 적어도 하루 안에 검사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PCR이 감염병에 본격 활용된 시점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다.


‘유전자정보은행’ 등 DNA 검사기술 진화…임신간이검사키트처럼 '신속·간편' 지향
유전자 분석 기술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관련한 예로 ‘유전자정보은행’을 꼽는다. 코로나19처럼 신종 바이러스가 발병하면 이곳에서 이 바이러스가 어떤 계통에 속하는지, 세포수용체는 무엇인지, 돌연변이가 일어난 변종인지 등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국내에선 메르스가 퍼져나갈 때 유전자정보은행에 입력된 중동 지역 유행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해 이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냈다.

최근 유전자 검사 장비는 임신을 확인하는 간이검사키트처럼 빠른 검사와 간편함을 지향한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 기반 분자 진단키트 개발을 추진 중인 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관계자는 “검사하고자 하는 특정 병원균에만 선택적으로 달라붙는 항체만 개발한다면 간이검사 키트 개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