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막힌 유학길"…입학유예·진학포기 '속출'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20.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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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발급 전면 중단에 유학준비생들 '당혹'

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미국대사관.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매서운 확산세를 보이면서 올해 진학을 준비 중이던 유학생들의 '입학 유예'나 '진학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올해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유학생들도 우려가 크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 중인 나라는 전세계 총 170개국이다. 이 중 명시적으로 입국을 아예 금지하거나 한국 출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는 114개국이다.



특히 유학생이 집중되는 미국이 전날인 18일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불안이 고조됐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날 "국무부 여행경보 기준 2~4단계 경보가 발령된 국가에서 정규 비자 업무를 중단한다"며 "19일부터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인 만큼 업무 재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캐나다도 앞서 16일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호주도 한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한 상태이며 유럽연합(EU)은 17일부터 한달 간 EU 시민 외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합격했는데 출국길 막혀 걱정"…입학 유예·포기 '속출'
상당수가 9월부터 새 학기에 돌입하는 해외 대학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통상 학생을 선발한다. 합격통보를 받으면 5~7월 사이에 비자를 발급받고 8~9월에 입국해 학기를 시작한다. 대학마다 합격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1년간 입학을 유예해주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를 금지하는 학교도 적잖다.

합격통보를 받은 유학 준비생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국에서 석사를 마친 후 박사과정 진학을 고려해 일시 귀국한 30대 A씨는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사 졸업식 행사를 연기하고 학위와 성적증명서만 배송하기로 했다는 공식 메일을 받았다"며 "새 학기 전에 입국이 가능해질지 모르겠고 벌써부터 전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고 전했다.

미국 대학에서 합격통보를 받은 20대 B씨도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 기쁘긴 하지만 당장 비자 신청부터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갑갑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서 오래 지속되면 온라인 강의로 개강할 수도 있을텐데 많은 돈을 내고 그런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닌 것 같아 학교에 디퍼(defer·연기)를 문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들 한국 방문자 2주간 격리 권유"…신변안전 우려도 고조
기존 유학생들도 학교로부터 '2주간 격리 후 등교' 권유 메일을 받거나 등교가 아예 중단된 실정이다. 미국 하버드대도 최근 학생과 교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자제하고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은 2주간 자가격리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현지 경기상황도 악화되면서 장학금 지원이 축소될까 우려하는 유학생들도 많다.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이나 테러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어 신변안전도 우려된다.



서울의 한 유학원 대표는 "한국발 입국금지 조치가 초기 단계일 때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서둘러 현지로 출국했고 올해 진학 예정인 학생들이 문제인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별로 가이드라인이나 안내를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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