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배·美 3배 최대한도로…'큰 지렛대' 든 간 큰 개미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3.1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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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개미들의 투자가 더 과감해 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이 지속되는 와중에 국내에서는 지수의 2배 만큼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 매수하더니, 해외 투자에서는 이보다 변동 폭이 더 큰 3배 레버리지를 사들이는 중이다.

나스닥,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등 지수뿐 아니라 최근 급락한 원유 선물도 3배 레버리지에 투자가 몰린다. 심지어 하락에 3배 베팅하는 상품 투자도 증가세다. 시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변동성 큰 장세에선 자칫 손실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 상품들은 이달 들어서만 최대 90% 손실이 났다.



나스닥·S&P500·원유 가격의 3배 수익 주는 상품 인기
韓 2배·美 3배 최대한도로…'큰 지렛대' 든 간 큰 개미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미국 주식 1억3444만달러(약 17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1월에는 4억7159만달러, 2월에는 4억2615만달러를 순매수했는데, 이달에는 미국 주요 지수들이 20% 가량 폭락했는데도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순매수를 지속 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순매수 상위 주요 종목 중에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채권) 상품이 상당수 올라 있다는 것이다. ETF나 ETN은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연동해 움직이는 인덱스 상품의 일종인데, 레버리지는 여기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해 기초지수 수익률의 2~3배까지 올릴 수 있다.



3월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미국 레버리지 상품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다. 이 기간 1억5781만달러를 매수했는데, 전체 미국 주식 중 애플, 테슬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매수 규모다. 순매수는 2535만 달러로 전체 5위에 해당한다.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의 파격적인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공포에 뉴욕증시가 다시 폭락을 하자 트레이더가 전광판을 보고 놀라고 있다.  ⓒ AFP=뉴스1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의 파격적인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공포에 뉴욕증시가 다시 폭락을 하자 트레이더가 전광판을 보고 놀라고 있다. ⓒ AFP=뉴스1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등락률을 3배만큼 추종하는 ETF다. 지수가 10% 오르면 30%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30% 떨어진다.

하락장에 3배 '베팅'하는 상품인 '프로셰어즈 트러스트 울트라프로 숏 S&P 500 ETF'(PROSHARES TRUST ULTRAPRO SHORT S&P 500 ETF) 역시 284만달러 어치 순유입됐다. 최근 미국 증시가 하루에도 10%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한 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3배 레버리지로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원유 가격에 3배 연동하는 상품도 인기를 모은다. '벨로시티셰어즈 3배 롱 크루드 오일 ETN'(VelocityShares 3x Long Crude Oil ETN)과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3배 크루드 오일 ETF'(PROSHARES ULTRAPRO 3X CRUDE OIL ETF)는 이달 각각 2282만달러, 634만달러 순매수했다.

최근 원유 가격이 급락 중인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6.1% 하락한 배럴당 26.9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가격 하락세는 더 빨리지는 중이다.

바닥 찍고 반등 기대…하지만 수익률 '-50~-90%'
개장초 반등을 보인 코스피가 4.86% 급락해 1,600선이 붕괴되며 장을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5.75% 하락한 485.14p, 원달러환율은 2.2원 상승한 1,245.7원으로 마감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개장초 반등을 보인 코스피가 4.86% 급락해 1,600선이 붕괴되며 장을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5.75% 하락한 485.14p, 원달러환율은 2.2원 상승한 1,245.7원으로 마감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에서도 지수에 2배 연동하는 레버리지를 집중 투자해왔다. 이달 들어 'KODEX 레버리지 ETF'를 1조35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삼성전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규모다.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한번에 '대박'을 노리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배 레버리지까지 허용하지만 3배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미국에서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수, 원유 등 3배 연동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하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지금이 '진짜 바닥'이라는 예측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손실을 보거나 원치 않는 장기투자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레버리지 특성상 등락이 반복되는 장세가 오래 지속될 수록 손실이 커져 장기 투자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실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의 경우 이달 들어 최고 88.89달러에서 현재 43.32달러로 반토막 났는데, 이 기간 나스닥100 하락폭(16.48%)의 3배 수준이다. 원유 3배 상품은 이달 들어서만 90% 손실이 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가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이 진행 중이어서 지금이 진짜 바닥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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