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 화답한 기업들…저가 자사주 매입 '봇물'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3.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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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2020.3.13/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2020.3.13/뉴스1


금융당국의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에 기업들이 화답하고 나섰다. 증시가 출렁이면서 주가가 크게하락해 이를 저가 매입 기회로 삼아오던 기업들은 규제까지 완화되면서 더 활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신영증권 (65,700원 ▼600 -0.90%)PN풍년 (4,020원 ▼85 -2.07%), 신원 (1,277원 ▼3 -0.23%), 대림제지 (8,270원 ▲70 +0.85%) 등 총 14개사가 자사주를 장내에서 직접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회사는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15만주를 약 70억원 규모에 장내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신영증권은 올해 증시 급락 속 증권주들이 급락한 영향을 받아 지난 13일 연중 최저가인 4만5000원까지 급락했다. 연중 고점(6만800원) 대비 26% 낮은 가격으로, 주가가 이날도 연중 저점 근처를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자사주 저가 매수 기회를 잡기 위해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직원 상여금으로 주식 보상을 해왔는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면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도 되고 임직원 성과보상도 상대적으로 좋은 기회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코텍 (7,650원 ▼210 -2.67%)이 총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60만961주 직접 취득 계획을 알리는 등 총 14곳이 312억88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직접 취득 계획을 알렸다.

신탁을 통한 자사주 매입도 대폭 늘었다. 전날 태평양물산 (1,647원 ▼14 -0.84%)이 10억원 규모 자사주 162만주를 신탁을 통해 취득하겠다고 밝히는 등 총 25곳이 신탁을 통한 자사주 취득계약을 맺거나 계약 연장을 알렸다.


지난 16일 규제 완화 첫날, 자사주 취득계획을 알린 도이치모터스 (5,170원 ▲90 +1.77%)HDC아이콘트롤스 (8,070원 ▼20 -0.25%) 등 23개 기업을 포함하면, 금융위가 규제를 완화한 이틀새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이 62곳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주(9~13일) 직접 취득 계획을 밝힌 곳이 16곳, 신탁을 통한 자사주 매입기업이 34곳으로, 일주일 간 총 50곳이 자사주 취득 계획을 알렸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자사주 취득 행렬은 이날에도 이어져 현재(오후 3시) 지누스 (12,000원 ▼230 -1.88%), 삼진엘앤디 (1,256원 ▼14 -1.10%), 노바텍 (19,010원 ▼390 -2.01%) 등 11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금융위는 지난 13일 증시 안정조치 중 하나로 상장사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일한도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원하는 가격대에 자유롭게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접 취득의 경우 1일 만에 취득하겠다고 밝힌 주식 수 전체를 매수할 수 있게 했다. 기존 1일 취득 한도가 △취득신고 주식 수의 10% △이사회 결의 전 30일간 일평균 주식거래량의 25% 중 적은 수량이었던 것을 대폭 늘렸다. 신탁 취득 역시 하루 만에 신탁재산 총액 모두를 자사주 취득에 쓸수 있도록 완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한도를 풀어 저가매수 기회가 열린데다, 주주가치제고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어 기업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자사주 매입은 그 회사 주가가 저점이라는 신호가 되는 만큼 투자심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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