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숨은 테러범과 같다"

머니투데이 정리=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3.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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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코로나 극복으로 가는 길(4) 9.11 테러 당시 럼즈펠드의 무지(無知)로 본 코로나

편집자주 유네스비(필명, YoonSB경제연구소) 대표는 국내 굴지 병원에서 5년간 CEO로 근무했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현장에서 직접 지휘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내 굴지 경제연구소에서 20년간 국가전략, 경영전략을 연구하기도 했다.



"감염병은 테러범과 싸우는 것과 같다. 9.11 테러 당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테러리즘에는 세 가지로 분류를 할 수 있다. 그 실체가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것(the known knowns), 그 실체를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the known unknowns),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the unknown unknowns)이다."

린파 황 박사(듀크 NUS 바이러스 전문가)가 지난 1월말 NPR(미국공영라디오)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왜 일반 인플루엔자보다 더 무서운지'에 대한 킹(KING) 앵커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린파 황 박사는 2002~2003년까지 중국 남부에서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입힌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박쥐라는 것을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이러스 전문가다.

그는 '박쥐가 사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천연적인 저수지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고, 이 논문은 지금까지 1404회 정도 다른 논문들에 인용되고 있다.



린파 황이 인용한 럼즈펠드 매트릭스는 9.11테러가 터진 몇 개월 후인 2002년 2월 12일 펜타곤 뉴스브리핑실에서 국방장관인 도널드 럼즈펠드가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에서 유래됐다.

"9.11 테러의 범인들과 관련된 밝혀진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럼즈펠드는 "알려진 걸 아는(the known knowns), 안다는 걸 아는 게 있고, 또 알려지지 않은 걸 아는(the known unknowns), 즉 모르는 뭔가 있다는 걸 아는 것도 있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건 모르는(the unknown unknowns), 모른다는 사실도 모르는 게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유네스비(필명) YoonSB경제연구소 대표는 이 인터뷰를 자신의 '코로나 극복으로 가는 길'(Roadmap to Overcome Corona) 다섯번째 에피소드에 인용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이 '알려진 무지(the known unknowns)'의 단계이며 이런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악산국립공원내 폐광에서 발견된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 /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치악산국립공원내 폐광에서 발견된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 /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


유네스비 대표가 인용한 황 박사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감염병과 싸우는 것도 테러리즘과 싸우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테러범들이 어두운 곳에 숨어 있어서 우리는 그들을 알 수가 없습니다. 방금 인플루엔자(일반 감기 바이러스)를 언급했는데요. 코로나는 그보다 훨씬 훨씬 더 위험합니다.

인플루엔자는 그 실체가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것(known knowns)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익숙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17년전 동일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 사스 역시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the unknown unknowns)으로 분류했습니다. 사람들은 대단히 겁에 질려 있습니다.

이번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와 같은 계열이지만 사스와 다릅니다. 그래서 이것을 그 실체를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the known unknowns)으로 부르고 싶네요.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겁을 먹는 것입니다."

유네스비 대표는 황 박사와 마찬가지로 과거 인플루엔자는 우리가 알고 있고 대처법도 아는 것(known knowns)으로 정의했고, 17년전 사스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것(the unknown unknowns)이었다면, 코로나19는 우리가 아직 대처법을 모르는 것(the known unknowns)이라는 데 동의했다.

존재 자체는 알려졌지만, 그 특성이나 해결책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에볼라, 메르스, 사스, 지카 바이러스 등이었고, 코로나19도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유네스비 대표는 보통 우리가 계획을 짤 때 '낯선 것'과 '발생 불가능한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낯선 것을 발생 불가능한 것으로 혼동해 아예 대처를 하지 않아 문제를 더 키우는 우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진주만 공습이나 9.11테러 등이 낯설 수 있지만 발생 불가능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처를 못해 블랙스완 이벤트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도 낯선 것일뿐 발생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를 상정해 대책을 짰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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