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현대차, 'C 위기탈출' 3대 전략은?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3.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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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 극복 '처방전' 뭐 있나 보니...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국내 생산라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생산기지마저 멈춰 세웠다. 코로나발 위기가 현대차 전체를 감염시키는 모습이다.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현대차의 저력을 믿는다고 했다. 현대차가 코로나를 극복하며 다시 달릴 수 있는 3가지 처방전을 살펴본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22일 현대자동차 '코로나19 종합상황실' 직원들 사이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돌았다. 코로나19(COVID-19) 양성 판정 직원 때문에 전주에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하루 멈춰 세웠지만 이날 다시 31일까지 가동 중단 연장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체코 공장도 23일부터 2주간 선제적으로 공장을 멈출 방침이다.



코로나 위기가 중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 등 현대차의 '빅3'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주가는 이런 시장의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보여준다. 지난 19일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최저가인 6만5900원까지 밀렸다. 직전 최고가(13만7500원) 대비 반 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위기 관리 능력을 만만히 봐선 안된다고 진단한다. 실제 코로나 확산 이전 현대차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루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3대 전략으로 △노사단결 △'빅3' 수익성 극대화 △내수 초격차를 꼽았다.

코로나에 갇힌 현대차, 'C 위기탈출' 3대 전략은?
1. 전례 없는 노사 화합 분위기
"고객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차량 출고 지연에 애가 타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소식지에서 이같이 밝히며 조합원들에게 생산량 만회를 독려했다. 회사가 아닌 노조가 앞장서 생산에 속도를 내자고 주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달 들어 이전 노조에서 모두 손사래를 쳤던 주말 특근까지 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코로나 극복에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배경엔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노조 분위기가 있다.

실제 노사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끌어냈다. 단순히 비상 대응을 넘어 협력사를 위한 임금교섭 기간 단축과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까지 결의했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데 노조가 동의한 셈이다. 정 부회장이 "함께 노력하는 노사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는 해마다 파업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단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2012~2018년까지 7년간 매년 평균 13일의 파업을 단행해왔다. 파업으로 인한 연 평균 생산차질은 6만여대, 생산차질 금액만 평균 1조3000억원(매출 기준)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이런 노사에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이미 파업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임단협 협상을 끝냈다.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새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배부른 귀족노동자로 낙인 찍힌 불명예를 바꿔야 할 때"라며 사측의 손을 잡았다.

2. 흔들리는 '빅3' 잡는다
지난달 현대차는 중국에서 단 1000여대를 파는데 그치며 1년전보다 90% 감소한 판매량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중국시장부터 돌려세워야 한다고 관측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신차 판매 극대화 △생산 최적화 △딜러 재고 감소 △EV 판매 경쟁력 향상 등을 담은 '2020 시장 전략'을 전면 추진한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1500만위안(약 25억원)의 코로나 성금을 기부하며 다시 뛸 분위기를 보고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북미와 유럽 판매량 증진도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한 급선무다.

현대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적기에 투입해 이 두 빅마켓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북미에선 팰리세이드 등 수요가 많은 SUV(다목적스포츠차량)를, 유럽에선 코나EV(전기차) 등 강화된 규제에 맞춘 친환경차 라인업을 앞세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권역본부 시스템과 딜러 경쟁력 향상으로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면서 플릿(공공기관·기업·렌터카법인) 판매를 줄이고 잔존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에 맞춘 마케팅 차별화도 필살기다. 북미에선 이미 코로나로 인해 실직한 고객들의 할부금을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빅3 시장을 잡기 위해 '갈고 닦은' 제네시스 진출도 더 늘린다. 제네시스는 올해 중국·유럽 시장에서 첫 출사표를 던지며, 올 3분기에는 최초의 SUV인 'GV80'로 북미 시장을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빅3 시장 판매 목표를 총 219만4000대로 잡았다. 전체 해외 판매량(384만4000대)의 57%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론 △북미 90만6000대 △중국 73만대 △유럽 55만8000대 등이다. 현지 권역본부는 연초 목표에서 20%까지 줄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의외의 선전을 포기하긴 이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3. 신차 물량공세로 '내수 초격차'
국내 시장에선 '초격차' 전략으로 코로나를 극복한다. 지난해 6년 만에 내수시장 점유율 70%를 넘겼고 올 1~2월 점유율도 70.5%로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특유의 뚝심으로 '골든사이클'을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1월 GV80 출시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인 '7세대 아반떼'와 제네시스 '신형 G80'도 조만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뒤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이후에도 대표적인 인기 SUV '투싼'과 제네시스의 2번째 SUV인 'GV70'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 (233,000원 ▼4,000 -1.69%)는 올해 국내에서만 73만2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팰리세이드와 GV80 등 인기 고급차종의 고객 대기가 워낙 많아 생산이 따라주지 못할 정도다.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와 SUV를 전방에 내세우며 볼륨모델(인기차종)인 아반떼 등으로 수요를 받치면 내수 초격차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만 아니라면 현대차는 출시하는 핵심 차종마다 좋은 판매 성과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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