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나비효과…재택근무·시차출근제 '근무 혁신'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3.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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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가 바꾼 근무혁신 '코로나 뉴노멀'①

편집자주 정부가 1997년부터 아무리 도입하려해도 정착하기 쉽지 않았던 재택근무, 시차출근제를 비롯한 유연근로제.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된다.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일상을 바꾸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코로나19가 기업의 근무혁신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대동공업의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대동공업의 직진 자율주행 이앙기.


#. 대동공업은 대구에 본사가 있는 국내 최대 농기계 업체다. 트랙터·이앙기와 같은 주요 농기계 수요는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는 경칩(3월5일)이 지나면서 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논의할 게 많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사원들에게 ‘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원래는 서울 영업파트 사원들이 대구 생산파트 사원들과 만나 생산 계획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자주 가졌지만 이젠 화상회의로 대체한다. 연중 가장 바쁜 시기임에도 사원들의 이동·대면 접촉은 줄이는 색다른 방식으로 회사가 돌아간다.

#. 서울 종로에 본사를 둔 삼화페인트도 전통적 근무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평촌에 위치한 연수원에 ’스마트워크센터‘로 꾸려 본사 사무직들이 교대로 재택 근무에 들어가거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보도록 했다. 직원 안전을 고려해 본사 ’인구 밀도‘를 최대한 낮추면서도 업무 효율을 갖출 수 있도록 출근 장소를 선택토록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간 도입이 더뎠던 재택근무, 화상회의, 유연근무제 등이 확산되며 일터의 변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웃지 못할 말이 회자될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근무 체계의 혁신이 거짓말처럼 시작됐다.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등장한 것이다.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신청 늘어…재택근무가 핵심
코로나 나비효과…재택근무·시차출근제 '근무 혁신'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유연근무제 지원절차 간소화 지침 시행 이후 지난 5일까지 426개 사업장의 6241명의 근로자가 유연근무제에 따른 간접노무비 지원(지원대상은 중견·중소기업)을 신청했다.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243개 사업장 1710명의 근로자가 신청했던 것이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신청 실적을 유형별로 보면, 재택근무 3192명(59.6%)으로 가장 많았다. △시차출퇴근 1913명(35.7%) △선택근무 217명(4.1%) △원격근무 32명(0.6%) 등의 순이었다.

비대면 온라인 근무 장기 확산될 것…"피할 수 없는 지금이 적기"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매장 상인이 썰렁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잡화매장 상인이 썰렁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유연근로제가 이미 대세로 떠오른 온라인 경제에 이어 뉴 노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끔 온라인으로 구매를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마트를 가끔 가게 된 것처럼 결국 근무 방식도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변화를 맞을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미래의 막연한 그림으로 여겨졌던 변화들을 일상에 확산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코로나 19 사태극복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 연장, 주 52시간 근로 예외 확대 등을 건의하는 긴급제언을 지난 17일 내놨다.

직장인들은 돌연 시작된 재택근무를 일시적 조치일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비대면 접촉 근무가 장기적으로 대세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비대면 온라인 사회, 온라인 경제는 메가 트렌드 중에 하나이며 현재는 (근무체계의 변화 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도입에 적기인 상황인 측면도 있다"며 "지금 연습하고 훈련하고 변화해 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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