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온라인 강의' 접속했지만…수업 못 듣는 학생들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03.18 05:00
글자크기
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는 모습 /사진=뉴스1코로나19 확산 후 대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는 모습 /사진=뉴스1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학내 확산 예방 차원에서 전국 대학들이 교실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바꾸자 청각·시각 장애학생들의 수업 접근권 문제가 불거졌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 소리 등을 인식하는 데 불편을 겪는 이들이 대대적으로 전환된 강의 방침에 온전한 수업 참여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장애학생들의 온라인 강의 수강에 문제가 없도록 적절한 수단을 마련한 대학은 일부에 불과했다. 장애인단체 등은 '묵은' 문제가 코로나19 시국과 함께 터져나온 것이라며 교육 당국과 학교의 체질 개선을 촉구했다.



"자막도 없고"… 여러모로 불편한 청각, 시각장애 학생 온라인 강의 수강
17일 대학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 수강 불편 목소리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주로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장애벽넘기 활동가 김철환씨(54)는 "많은 대학이 수업 영상에 청각장애 학생이 기본적으로 이용해야할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김철환씨는 "자막도 눈으로 정보를 인지하는 청각장애인 속도보다 빠르다"며 "청각장애 학생들이 비장애인 학생과 격차 없이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수어통역, 속기사 등이 필요한데 원활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다못해 입 모양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화질을 갖춘 곳도 거의 없어 학생들이 힘들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학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 등을 두고 나름의 지원에 나서왔다. 센터는 장애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곁에서 필기, 수업 설명을 돕는 도우미 학생, 수어통역·속기사, 보청기, 대체학습자료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대폭 증가한 데 따른 지원 확대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씨는 "장애학생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도우미 학생 등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도 정신 없었겠지만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에 차질이 생겼을 때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교실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전면 전환해 3월에도 비어있는 대학교 강의실 /사진=뉴스1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교실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전면 전환해 3월에도 비어있는 대학교 강의실 /사진=뉴스1

시각장애 학생도 온라인 강의 전환 후 강의 수강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 소재 사립대학을 다니는 A씨(25)는 학교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접속하는 단계서부터 문제를 겪는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A씨는 "평소 인터넷 사이트 그림 파일을 텍스트로 해석, 전환해 소리로 알려주는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쓰는데 학교 사이트 시스템이 해석이 잘 안돼 로그인부터 힘들다"며 "여러 학교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겪는다"고 전했다.

A씨는 "프로그램이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은 소리로 원활히 전환하는데 파워포인트(PPT) 전환은 되지 않는다"며 "가끔 교수님이 한글 파일을 올려주시지 않아 수업 자료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 장애 학생들이 강의가 나오는 유튜브, 화상채팅 프로그램 쓰는 데 익숙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필 도우미 등과 떨어져 있는 불편을 호소했다. A씨는 "요즘도 도우미 학생 제도 자체는 운영된다"면서도 "따로 있다보니 궁금한 것도 바로 못 묻고 강의록 도착 시간도 더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이 차별금지법에 따른 교육 격차 해소나 '웹접근성 메뉴얼' 실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약 9000명인데"…정부는 장애인 수 많아야만 원활한 지원 제공

수어통역 등 장애인학생 온라인 강의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장애인학생이 많은 대학 위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철환씨는 "장애학생의 온라인 교육 청취 불편은 오래된 문제"라며 "교육당국과 대학이 소수인 장애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비교적 장애학생 수가 많아 학교차원에 관심을 가진 대학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대학교 관계자는 "수업에 청각장애학생이 있으면 영상에 수어통역사를 나오게 하고 있고 음성으로만 진행되거나 PPT를 사용할 경우 속기사를 참여시킨다"고 전했다.

대구대학교 수어통역사가 교수 음성을 들으며 학생에게 통역을 해주는 모습(학생 얼굴은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함) /사진제공=대구대학교대구대학교 수어통역사가 교수 음성을 들으며 학생에게 통역을 해주는 모습(학생 얼굴은 요청으로 모자이크 처리함) /사진제공=대구대학교
대구대에서 이와 같은 서비스를 신청해 받고 있는 청각장애 학생은 30명 정도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학기 기준 대구대 재학생 중 254명이 장애학생이고 이중 청각장애인은 54명"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아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장애학생 수가 적은 대학의 경우 지원이 원활치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애인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나사렛대학도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약 3개월 전부터 준비해 현재 전체 온라인 강의에 수어통역사를 나오게 했다.

김철환씨는 "우리 단체가 파악한 전국 장애인학생 수는 약 1만명 정도로 파악된다"며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교육부는 수강에 불편 없도록 지원을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