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자금조달 순항 중? "아직은 모른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3.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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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증시 자금조달 규모 13% 감소.. "4월 이후 자금조달 계획, 더욱 불투명" 우려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지만,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자금경색과 실적둔화로 인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이어 하락하는 등급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은행대출 차환 등 기존 자금조달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까지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및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했거나, 예정된 건수는 코스피·코스닥을 더해 202건으로 지난해 1분기(204건)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금액 기준으로는 이 기간 IPO, 유상증자 및 CB·BW 발행액은 3조2436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가량 줄었다.

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을 더해 6433억원이었던 IPO 자금조달 금액은 올해 1분기 중 3172억원으로 절반 이하 규모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명이 모이는 기업설명회 등을 개최하기가 어려워졌다. 소규모 투자자 미팅도 크게 위축된 데다 비교 기업의 주가마저 급락, 적정 가격이 매겨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기업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우량 기업이라면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던 투자자들의 행보도 크게 위축됐다. 바닥이 언제인지 모를 현 시점에서 섣불리 투자했다가 자금이 묶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CB·BW 발행액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 2조원을 웃돌았던 CB·BW발행액은 올 1분기 중에는 20% 이상 감소한 1조6000억원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445억원에서 올 1분기 1조3100억원으로 2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의 전망치일 뿐이다. 한국거래소 자료 역시 이달 말까지 납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힌 기업의 공시를 집계한 것이다. 이달 들어 급락 장세가 이어지면서 센코어테크, 메타넷엠플랫폼 등 IPO 예정기업이 공모를 철회하기로 하고 압타머사이언스, 노브메타파마도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자금조달을 계획하던 기업이 나서서 철회할 수 있다.

투자자 측에서도 현재의 급락장세가 마냥 편하지는 않다. 대개는 더욱 싼 기준가(또는 발행가)에 유가증권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투자금이 장기적으로 물리거나 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우리가 주관하는) 자금조달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자금조달 스케줄이 취소된 케이스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도 기업도 몸을 사리기 때문에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대개 1분기 말이 돼서야 12월 결산법인의 재무제표가 확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기 때문에 2분기부터 자금조달이 늘어나는 게 보통"이라며 "현재의 상황에서는 발행가의 기준이 되는 주가는 물론이고 기업 실적 전망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1분기보다 자금조달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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