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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아니고 '휴지 사재기' 왜? 소비전문가가 본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0.03.1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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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한 상점에서 한 여성이 텅빈 화장지 진열대를 지나가고 있다./사진=AFP일본 도쿄의 한 상점에서 한 여성이 텅빈 화장지 진열대를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되는 가운데 퍼져나가면서 각국에서 휴지 사재기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 차단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화장지'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지 사려고 흉기까지…세계 각국 '화장지 대란'
화장실 휴지가 모두 팔린 호주의 한 상점./사진=AFP=뉴스1화장실 휴지가 모두 팔린 호주의 한 상점./사진=AFP=뉴스1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지난달 초 홍콩에서부터 나타났다. 당시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휴지를 사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섰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17일 한 마트 직원이 화장지를 옮기던 중 복면을 한 남자 3명이 흉기로 그를 위협하고 휴지 600개 등을 훔쳐가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4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지를 놓고 싸우던 소비자들이 흉기를 꺼내드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화장지, 생수 등 가정용품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일부 인기 제품과 가정용품이 품절됐다"고 밝혔다.

화장지·마스크 원료 같아서?…사재기 이유는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람들은 왜 화장지를 사재기할까. 당시 현지에서는 "화장지가 마스크와 같은 원료로 만들어진다", "중국 본토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 "당국이 휴지 공장에다 마스크를 생산하란 지침을 내렸다"는 등의 소문이 나왔다.

하지만 화장지와 마스크의 생산 원료는 전혀 다르다. 화장지는 펄프로 생산하지만, 보건용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중국 본토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대부분 화장지는 각 국에서 자체 생산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에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나오자 지난달 29일 "화장지 부족 사태는 없다"면서 "중국으로부터 오는 물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일본에 재고가 충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수칙으로 손 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휴지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소비심리 전문가 "화장지는 사람다운 삶의 최소 기준"
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일각에서는 이 행동을 군중 심리 등 심리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심리 전문가들은 통조림이나 손세정제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휴지가 사라진 휑한 선반 사진은 위기 의식을 더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니티카 가그 교수는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 증후군'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그 교수는 "이 사람이 그것을 산다면, 내 이웃이 그것을 산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니 나도 그 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전문가인 시드니 대학의 로한 밀러 박사는 어떤 결핍도 참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삶의 방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풍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것이 사람다운 삶의 최소한의 기준이라 생각해 집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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