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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좋아하던 누나, 왜 임영웅의 트롯에 푹 빠졌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1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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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의 속풀이 과학-(4)]'트로트 열풍'에 감춰진 소리의 과학

편집자주 ‘속풀이 과학’은 신문 속 과학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면과 뒷이야기, 혹은 살면서 문득 갖게 된 지적 호기심, 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과학상식 등을 담았습니다.
사진=TV조선사진=TV조선




35.7%. 지난 12일 방영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 최종회 결승전 시청률이다. 역대 예능 프로그램 2위를 기록했다. 결승전 날 문자 투표 폭주로 서버가 마비돼 우승자를 정하지 못하는 곡절을 겪을 정도로 트로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은 대단했다.

국내 최정상 트로트 가수가 해외에서 트로트 곡으로 버스킹을 한다는 SBS의 예능 ‘트롯신이 떴다’의 시청률도 지난 12일 14.7%(2부 기준)로 호실적을 거뒀다. 이전 음악 시장에서 트로트의 위상을 고려하면 이런 시청률은 매우 비현실적인 수치이다. 그야말로 트로트 시대의 화려한 부활이다. 각 음원 사이트에선 트로트 차트가 새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신설될 정도다.

지난해 트로트를 주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이후의 변화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서 각각 배출한 송가인과 임영웅 등은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왜 트로트 열풍에 빠졌을까.



'트로트’의 대반전…중장년층 음악? 이젠 옛말
트로트는 오랜 기간 중·장년층을 대표한 음악 장르로 여겨져 왔다. 1970년대 빠른 비트의 포크와 록 등 서구음악이 들어오면서 트로트는 대중음악계 뒷전으로 밀렸고 빠른 박자의 힙합과 아이돌 댄스 등 국내에서 각종 실험적 장르가 시도된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쇠퇴하며 B급 장르로 밀려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어머나’의 장윤정을 필두로 박현빈, 홍진영 같은 젊은 가수들이 트로트 붐을 되살려 이어갔고,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는 젊은층까지 전세대가 공감하는 가장 핫한 장르로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슈퍼스타K' 이후 가요 연예 프로그램의 흥행 보증 공식인 '공개 오디션' 형식에 출중한 실력의 역대급 출연진, 신세대적 퍼포먼스와 스타일의 결합 등 예전에 없던 시도가 트로트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효자로 꼽힌다.

소리의 과학…중저음역대 음파 결합된 新트로트가 젊은층까지 매료
TV조선 '미스터트롯' / 사진제공=TV조선TV조선 '미스터트롯' / 사진제공=TV조선
'변방'에 머물던 '트로트'가 전세대를 아우르는 주류 장르로 부활한 데는 우리가 몰랐던 소리의 과학도 숨어 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생긴 기압 변화가 뇌 신경을 통해 중추신경으로 전달돼 인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1000~4000헤르츠(Hz) 사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평균 3000Hz 주파수 대역 소리가 가장 잘 들린다. 숫자가 높을수록 소리의 음 높이, 즉 음파의 진동수가 많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들을 수 있는 주파수 한계점은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특히 중·장년층일수록 고음역대 소리를 듣질 못한다. 귀 달팽이관 입구에서 고주파를 감지하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저주파를 잘 감지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달팽이관 입구 신경세포가 손상돼 고주파 음부터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예전 트로트 노래들의 소리 영역은 약 2000㎐대로 저음역에 가까웠다. 반면 젊은 층이 즐겨 듣는 댄스곡들은 4000㎐ 이상 영역일 때가 많다.

트로트가 중·장년층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그들 연령대에 듣기 편안한 음역구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발라드나 다른 장르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 점점 트로트가 좋아진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잘 들리고 잘 따라할 수 있어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 트로트 곡들은 저음역과 고음역을 넘나든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 폭발적 팬덤을 불러온 건 이런 소리의 과학이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은 트로트에 걸맞지 않게 여겨왔던 빠른 박자와 리듬을 트로트에 과감하게 접목하기 시작했다. 리듬이 다소 느린 트로트 곡을 중장년 층이 좋아했다면, 젊은 층 취향에 맞도록 트로트를 튜닝한 셈이다.


간혹 랩을 곁들인 트로트에 관중은 “손 머리 위로”를 외쳤다. 원더걸스의 ‘텔미’나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처럼 후렴구의 리듬과 가사를 단순·반복적으로 만든 이른바 ‘후크송’ 형식도 인기 영입에 한몫을 더했다.

최근에는 트로트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댄스, 비트박스, EDM 장르와 뒤섞으며, 종전과 다른 트로트 신장르를 개척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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