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당초 이 마스크는 미세먼지에 대비할 목적으로 하루 평균 1500장씩 만들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일반인들이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진 않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차단 용도로 쓰기 위해선 우선 개발한 나노섬유의 인체 유해 여부를 판단할 각종 테스트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보건용으로 활용해도 부작용이 없는지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존 마스크 필터, 시간 지날수록 정전기 소실…수분·물 닿으면 필터효율 떨어져 연구팀은 나노섬유의 종류·두께·밀도 등의 변수를 조절해 마스크 최고 등급인 KF80, KF94 성능까지 구현하는 나노섬유 멤브레인(나노섬유로 된 천)을 제작했다. 이는 통기성이 뛰어나고, 얇은 두께에서도 우수한 필터 효율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마스크 제조에 쓰이는 멜트블로운 필터는 무작위로 얽힌 부직포 형태다. 기공 크기가 천차만별이어서 작은 입자까지 차단하려면 여러 장의 필터가 겹치는 두꺼운 형태로 만들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나노섬유 마스크는 세탁 후 재사용이 가능해 한 장으로 최장 한 달 가까이 쓸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의 급속한 국내외 확산으로 바이러스성 질환의 감염원인 비말(침방울), 에어로졸(공기입자)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스크 공급량이 한계에 달해 마스크 품귀 현상이 전 세계적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세탁한 뒤에도 성능을 유지해 다시 쓸 수 있는 마스크는 현재 없다. 기존 마스크에 쓰이는 필터는 정전식으로 섬유 표면에 형성된 정전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소실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수분이나 물이 닿으면 정전기 기능이 사라져 필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마스크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비누로 20회 이상 손빨래한 후에도 필터 구조의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마스크는 특히 소독액인 에탄올에 3시간 이상 담가도 필터 섬유가 녹거나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4000번 반복적으로 굽히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KF80 이상(600nm 입자, 80% 여과 효율)의 차단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팀은 겉면마스크 안쪽에 필터를 넣어 교체할 수 있는 형태로 마스크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필터당 10∼20회 에탄올 분무기나 비누로 씻어 재사용하면 필터 2∼3개로 한 달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이 마스크는 미세먼지용으로 제작돼 코로나19에 대응한 제품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전국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롤투롤 나노섬유필터 제조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회사 내부 투자 여력 만으론 한계가 있어 정부에 생산 라인 증설을 위한 지원요청을 한 상태다. 김 교수는 “에탄올 소독이나 가벼운 손세탁으로 재사용이 가능해 마스크 품귀 현상과 마스크 폐기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항균 기능을 보다 강화해 사용 안정성이 더 향상된 고품질 필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