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수혜주…대형·바이오·은행 주목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3.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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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6개월 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그동안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를 상환하기 위한 주식 매입(숏커버링)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삼성전자나 은행, 바이오 업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 금지→숏커버링→주가상승 기대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잔고는 각각 4340만, 3059만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국제 유가 급락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영향이다.



공매도란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법으로 주가가 떨어질 수록 이익이 커진다. 주가 급락으로 공매도 역시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라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이기 때문에 주식 대차수수료가 붙고 언젠가는 반드시 숏커버링을 해야 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차잔고(빌린 주식을 갚지 않고 남은 물량) 기준으로 코스피에서만 매일 10억원의 대차수수료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매도의 급증으로 수수료 부담이 커진 가운데 신규 공매도는 금지되면서 공매도 세력 입장에서는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숏커버링 압박이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앞서 공매도가 금지된 2008년10월1일부터 2009년5월31일까지 주식 대차잔고는 급감했다. 주식 대차는 공매도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예비 공매도 성격이 강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08년9월말 6억1366만주였던 대차잔고는 세 달 만에 2억7192만주로 급격히 줄었다.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한 달 간 주가 하락이 이어졌지만 대차잔고가 급감한 2008년11월 이후부터는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가 전체적인 지수 상승을 이끌긴 어려워도 개별 종목에 대해서는 주가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형 우량주 중 공매도 비중이 높거나 공매도 거래금액이 많았던 종목들은 매도가 줄고 매수가 유입되면서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급증한 삼성전자, 공매도 비중 높은 바이오·은행 주목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
코스피 주요 종목 중 최근 한 달(2월13~3월11일) 동안 공매도 잔고가 급등한 종목은 삼성전자 (77,000원 ▼1,600 -2.04%), SK하이닉스 (173,600원 ▼6,200 -3.45%), NAVER (183,200원 ▼500 -0.27%), 현대차 (251,000원 ▼1,500 -0.59%), 한국전력 (20,950원 ▲50 +0.24%), 기아차 (116,000원 ▼200 -0.17%), 삼성에스디에스 (151,400원 ▼100 -0.07%), SK (162,200원 ▲200 +0.12%), 삼성생명 (86,400원 ▲1,000 +1.17%) 등이다.


공매도 잔고 금액 기준으로 최근 한 달 간 공매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다. 지난 11일 기준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4856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1325억원(37.5%) 증가했다. 잔고 주식수 기준으로는 한 달 동안 60% 늘어난 932만주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이 기간 303억원(46.7%) 증가한 953억원을 기록했고 대한항공은 242억원(160.7%) 늘어난 392억원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는 씨젠 (22,050원 ▼150 -0.68%)의 공매도 잔고가 554억원으로 한 달 간 914% 급등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는데 공매도 세력은 이를 과도한 주가 상승으로 본 것이다.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 (19,920원 ▼80 -0.40%)도 816% 증가한 130억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비중(전체 상장주식 수에서 공매도 잔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종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비중 상위 주요 종목 중에서는 셀트리온 (176,900원 ▼2,600 -1.45%)(9.2%, 이하 공매도 비중) 헬릭스미스 (4,415원 ▼10 -0.23%)(14.1%) 에이치엘비 (109,000원 ▲500 +0.46%)(12.7%) 신라젠 (4,625원 ▲15 +0.33%)(9.8%) 등 제약·바이오 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숏커버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매도 잔고가 시총대비 높게 형성된 특정 개별종목에 대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 대비 공매도가 많은 은행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들은 지난 1월 이후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12.4%로 높은 편이어서 공매도 금지로 인한 수급상 수혜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우리금융의 경우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1월 이후 15%를 상회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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