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신' 독점 노리나? 경계 높이는 독일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3.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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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연구 중인 연구실/사진=AFP백신을 연구 중인 연구실/사진=AFP


미국이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제약사에 거액을 제시하며 접근하는 등 ‘백신 독점’ 움직임을 나타내자 독일이 경계를 높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독일 일간지 디벨트 일요일판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독일 제약회사 큐어박에 거액과 함께 독점적인 계약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디벨트가 인용한 독일 정부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려고 했다”며 “그건 오직 미국만을 위한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독일 내에선 각국이 질병 퇴치를 위해 과학적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기보다 자국만을 위한 ‘백신 자국 우선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날 독일 보건부(BMG)는 공식 성명을 내고 “독일과 유럽 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큐어박과 밀접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도와 관련해 미국을 언급하진 않았다.

독일 정부는 자국법상 ‘국가적 또는 유럽의 안보 이익이 위태롭다고 판단할 경우’ 비유럽국에 대한 입찰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무역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재정지원을 통해 큐어박을 독일에 붙잡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뜩이나 미국이 최근 유럽발 자국 입국을 금지하면서 유럽국가들의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 같은 시도는 독일과 유럽의 경계심을 높일 전망이다.


미국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디벨트에 “보도가 과장됐다”며 “미국 정부는 백신을 개발 중인 전 세계 25개 제약사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이 회사들 중 상당수가 미국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백신을 통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회사와도 계속 대화할 것이며 어떤 해결책이든 발견되면 세계와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소독제 사용을 촉구하는 문구와 소독제/사진=AFP손 소독제 사용을 촉구하는 문구와 소독제/사진=AFP
큐어박 측은 이달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니엘 메니켈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백악관의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코로나19 특별대응팀과 만나 백신 개발 및 생산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큐어박 보도자료에 따르면 메니켈라는 이 만남에서 “몇 달 내 강력한 백신 샘플을 개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올여름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만남 이후 큐어박 CEO는 메니켈라에서 인그마르 회어 큐어박 창립자로 교체됐다. 쿠어박 측은 CEO 교체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큐어박 지분의 80%를 보유한 디트마르 호프 SAP 공동 창립자는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지역에 한정될 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쓸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에 독점권이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란 뜻을 전했다.

이날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부 대변인은 “잠재적인 백신을 미국에 독점 판매하려는 어떤 시도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EU)은 의료용 보호장비 등을 EU 밖으로 수출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안전 용품 수출 등을 제한하는 ‘허가 계획’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내 의료용 보호장비 물량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계획이다.

독일과 덴마크 국경으로 가는 도로/사진=AFP독일과 덴마크 국경으로 가는 도로/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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