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효섭, 낭만을 선택해 얻은 위로와 힐링!

최재욱 기자 ize 기자 2020.03.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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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2'를 통해 배우+인간적으로 성장

사진제공=스타하우스사진제공=스타하우스


마스크로 아무리 얼굴을 가려도 후광이 비치는 비주얼이었다. 최근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이하 낭만닥터2, 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를 끝내고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안효섭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튀는 외모였다. 187cm의 큰 키에 우월한 피지컬,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큰 눈은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했다. 거기에 선한 에너지와 예의바른 매너까지 갖춰 만나는 이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연기력도 이번 드라마로 일취월장해 주가가 급상승 중이다.

‘낭만닥터2’는 지방에 위치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천재적인 외과의 김사부(한석규)와 사명감 넘치는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의학 드라마. 안효섭은 어린 시절 부모가 동반자살한 트라우마 탓에 남을 믿지 못하고 매사가 시니컬한 외과의사 서우진 역을 맡아 기대 이상으로 호연을 펼쳤다. 서우진은 또래의 모든 배우들이 탐냈던 배역. 말 그대로 대박을 쳤던 전 시즌의 제작진이 뭉쳤기에 안효섭도 제작진의 러브콜을 처음 받았을 때 쾌재를 불렀다.



“오디션은 아니었고 강은경 작가님과 미팅을 했어요. 저에 대해 질문하시며 제가 서우진과 잘 맞는지 보려 하신 것 같아요. 다행히 잘 맞았는지 출연이 결정됐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볼 때 외모 때문에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지 않았을까 예상해요. 그러나 사실 전 서우진과 비슷한 면이 많아요. 우진은 세상에 대한 벽이 있는 친구예요. 자신이 정해놓은 선을 넘어가지 않는 걸로 자신을 지키죠. 저 또한 인간관계를 신뢰를 갖고 시작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늘 벽이 형성돼 있죠. 그래서 서우진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우진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돌담병원에서 난생 처음 만난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 때문에 ‘멘붕’에 가까운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김사부와 돌담식구가 뿜어내는 따뜻함에 위로와 힐링을 경험하고 세상과 화해한다. 안효섭도 ‘낭만닥터2’를 촬영하며 서우진이 극중에서 성장했던 것처럼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는 실제 감사부와 싱크로율 200%였던 한석규가 우뚝 서 있다. 안효섭은 평소 존경하던 한석규를 처음 만난 순간의 감격스러운 감정을 수줍게 털어놓았다.



사진제공=스타하우스사진제공=스타하우스
“첫 미팅 때 들어오시는데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었어요. 오랫동안 선배님의 작품들을 보면서 성장했기에 정말 신기했어요. 내 앞에 서 있는데도 사람이 아닌 마네킹인 것 같았어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웃음) 처음 만났는데 예상과 달리 정말 다정하고 상냥하셔서 놀랐어요. 촬영 내내 김사부 그 자체였어요. 후배로서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최고의 선배님이었어요. 늘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주눅 들지 않게 감싸주셨죠. 어떤 장면이든 아무리 테이크가 많이 가도 허투루 하시는 법이 없었어요. 배우로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사실 전 ‘낭만닥터2’를 찍기 전에 매사 불안하고 비관적인 생각이 많았어요. 그러나 ‘낭만닥터2’를 통해 김사부와 한석규 선배님을 만나면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해갔어요. (웃음)”

‘낭만닥터2’에서 한석규가 연기하는 김사부는 사실 현실에선 만나기 힘든, 그러나 어디엔가 꼭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이상적인 인물. 실제 사회에서 실망스러운 어른들만 봐온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안효섭도 아무리 연기지만 김사부와 돌담병원 식구들을 만나면서 위로와 힐링을 경험했다. 그래서 극 중반 서우진이 사채 때문에 돌담병원을 그만두고 이직한다고 김사부에게 인사하며 서운함에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들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던 것. 안효섭이 생각하는 ‘김사부’는 어떤 사람일까?


“김사부는 신은 아니고 인생의 길잡이이라고 생각해요. 독보적인 존재죠. 김사부의 가치관은 요즘 같이 증오가 팽배하고 혐오가 가득한 시대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김사부처럼 정의감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해요. 남들이 모두 예스라고 할 때 혼자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죠. 그래야 삶에 대한 낭만을 찾을 수 있죠. 우진이도 처음에는 김사부 때문에 당황했을 것 같아요. 자기가 이제까지 봐온 어른들의 모습이 아닌 거죠.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차츰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가게 됐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아무도 이분들은 건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하죠. 이직 인사하는 장면은 정말 울컥하면서 촬영했어요. 김사부와 돌담 식구들을 내일부터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진짜 저도 서운하더라고요. 그 감정이 잘 살아났는지 한번 만에 오케이를 받았어요.”

김사부가 언제나 주장하는 ‘낭만’은 각박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방황하는 청춘의 중심을 잡아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김사부의 낭만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지워지지 않을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다. 이제 소년의 티를 벗고 어른이 돼가는 95년생 안효섭에게는 생소했을 듯한 ‘낭만’의 의미는 뭘까?

“많은 사람들은 요즘 시대에는 ‘낭만’은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걸로 치부해요. 그러나 전 ‘낭만’은 선택의 문제인 듯해요. 있느냐 없느냐 차이는 아니에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특권이지만 선택하는 거죠.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차가운 현실을 살면 돼요. 그러나 낭만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면 삶이 좀 더 따뜻해지는 거죠. 요즘 모두가 현실에 치이고 살기 힘들고 지치는 시대잖아요. 사람은 비현실적인 걸 꿈꿀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전 낭만의 시대가 돌아올 거라 봐요.(웃음)”

최재욱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제공=스타하우스 사진제공=스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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