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코로나19 확산에 속타는 현대·기아차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20.03.1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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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미국과 유럽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긴장하고 있다. 내수 및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을 미국·유럽시장에서 만회해 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들 시장에 대한 판매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적 하향 전망이 줄을 이으면서 주가도 기록적 수준까지 추락했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북미·유럽시장에서 지난해 한 해 동안 259만5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는 지난해 북미(88만1000대)와 유럽(58만대)을 합쳐 146만1000대를 팔았다. 연간 총판매량(442만6000대)의 33.0%다. 중국(-17.7%) 등 개도국에서 크게 부진했으나 북미(1.0%)와 유럽(-1.5%)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기아차 (118,200원 ▲1,600 +1.37%)는 지난해 북미(61만3000대)와 유럽(52만1000대)에서 113만4000대를 팔았다. 총판매량(277만2000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9%에 달한다. 중국 판매량이 30.1% 급감했지만 북미(3.9%)와 유럽(3.3%) 판매호조로 이를 만회했다.



미·유럽 코로나19 확산에 속타는 현대·기아차
문제는 올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753만6000대로 지난해 보다 4.8% 올려잡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북미·유럽시장 판매 호조가 필수적이다.

연초 분위기는 좋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후 북미시장에서 5개월 연속 판매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달에는 10만6777대를 팔아 2월 기준 역대 최대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유럽도 국경통제를 단행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판매증가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현대차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 올 1분기 영업이익 시장 평균예상치(컨센서스)는 1조1200억원이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지난 11일 전망치를 8570억원으로 낮춰 내놨다. 유진투자증권도 같은 날 전망치를 8730억원으로 제시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연신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13일 8만7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위기 후폭풍이 계속하던 2009년 7월 29일 8만7100원 이후 10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업계는 올해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만해도 2.5%로 추정되던 감소폭 전망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4~5%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8500만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폭이 당초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특히 북미·유럽 지역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산업계가 예상을 넘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현재상황에서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생산공장 방역을 철저히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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