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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로 코로나19 자른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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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카스13으로 코로나19 증식 차단

코로나19 모형도/자료=미국CDC코로나19 모형도/자료=미국CDC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과 함께 RNA(리보핵산)를 표적으로 삼는 '크리스퍼-카스13(CRISPR-Cas13)'을 통해 코로나19 증식을 차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사진=IBS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사진=IBS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다. 인간 세포(숙주)에 침입한 뒤 자신의 RNA를 주입·복제해 개체 수를 늘린다. 그러면 감염병 증상이 뚜렷해지고 외부 전파력도 높아진다. 코로나19의 효과적 치료 전략 중 하나는 유전자 가위로 RNA를 잘라내 이 같은 RNA 복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유전자 가위는 생명체의 특정 유전물질을 인지해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인공 효소다.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퍼-카스(CRISPR-Cas system)’ 유전자 가위 기술을 많이 쓴다. 유전자 가위는 타깃을 찾는 가이드RNA와 절단효소로 구성돼 있다. 절단효소에 따라 크러스퍼 유전자 가위는 몇 종류로 나뉘는데 크리스퍼-카스13은 DNA가 아니라 RNA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카스13을 이용하면 코로나19처럼 RNA로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카스13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탐색한 결과, A형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포성 구내염바이러스(VSV), 림프구성 맥락수막염바이러스(LCMV) 등 3개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IBS 연구단에 따르면 코로나19 RNA를 자르는 유전자 가위를 환자의 세포에 전달하기 위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AAV)를 사용할 계획이다. AAV는 유전자 치료에 활용하는 바이러스성 운반체(Vector) 중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AAV에 카스13을 실어 감염 부위 세포에 운반하면 세포 안에서 합성된 가이드RNA가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카스13이 침입자의 RNA를 잘라버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연구단은 “AAV는 코로나19가 감염을 일으키는 부위인 폐에 잘 진입하는 운반체”라며 “크리스퍼-카스13 유전자 가위를 안전하게 수송하는데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폐 세포 안에서 생산된 유전자 가위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를 자르고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의 증폭을 막을 수 있다.

명경재 단장은 “코로나19와 같은 RNA형 바이러스는 변이를 쉽게 하므로 기존 약물의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며 “변신에 능한 RNA 바이러스에 대항하려면 바이러스 유전자의 여러 부위를 공격할 수 있는 RNA 유전자 가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가 아직 사람의 질환 치료에 직접 활용된 적은 없다. 명 단장은 이에 대해 "짧은 기간에 치료제로 개발되기는 어렵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RNA 바이러스 감염병을 막을 근본적 치료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BS에 또다른 연구조직인 RNA 연구단은 코로나19 염기서열을 분석한 유전자 시퀀싱 결과를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RNA 연구단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에서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핵산 시료를 분양 받아 코로나19 증식 원리를 밝히기 위한 RNA 분석을 진행해왔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코로나바이러스-19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조절 되는지를 밝혀내게 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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