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250명 사망한 이탈리아…병상 부족에 '패닉'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3.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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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일부 입원 거부당했다…모두를 입원시킬 수 없는 상태" 등 증언 연달아 나와

/사진=AFP/사진=AFP


이탈리아에서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하루 새 250명이 추가로 사망하면서 누적 사망자는 1266명이 됐다. 확진자도 하루 만에 2547명이 증가한 총 1만7660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약 7.17%다. 한국의 치명률(14일 0시 기준 0.8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의료기관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코로나19 환자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는 포화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존 가능성이 낮은 초고령 환자는 코로나19 전용 병실에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살 수 있는 사람만 치료" 지침, 전시상황 방불케 해
병원 앞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임시 수용하기 위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AFP병원 앞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임시 수용하기 위한 텐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AFP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 의료진들이 '선별적 치료'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설명했다.

조르지오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롬바르디주에서는 이용가능한 자원과 엄청난 환자 유입 간 격차로 인해 고령환자 몇명이 입원할 수 없었다"며 "중환자실이 더 많았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가모의 한 병원 호흡기내과의 디 마르코 박사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들 간 건강상태를 고려한 선별 진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NYT는 "생존자를 최대로 늘리기 위해 기저 질환이 없고 더 젊은 사람들을 치료 우선순위로 하는 가이드라인은 보통 전시 상황에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밀라노대 감염병 전문의인 마시모 갈리 교수는 "이번 발병으로 병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부자동네' 밀라노에서도 이런데…남부 확산하면 "못 견딘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지쳐 쓰러져 잠들어 있다. /사진=Francesca Mangiatordi 페이스북.이탈리아 의료진이 지쳐 쓰러져 잠들어 있다. /사진=Francesca Mangiatordi 페이스북.
롬바르디의 복지 자문위원 줄리오 갈레라는 "수요가 자원을 능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필요한 만큼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롬바르디 주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동을 늘리기 위해 지역 내 컨벤션센터 등을 개조할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여기에도 의사와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마련되어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에서 부유한 북부 지역에 속하는 핵심 산업도시다. 그나마 가장 의료시설 등 보건체계가 잘 돼 있는 곳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유한 북부 도시의 의료 시스템마저 코로나19의 타격을 견딜 수 없다면 더 가난한 남부 지역이 대처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공립대학병원협회의 카를로 팔레르모 회장은 "만약 바이러스가 같은 속도로 남쪽으로 퍼진다면 지역 의료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결국 치료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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