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美 트럼프까지 재촉한 백신 개발 언제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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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자료사진=AP/뉴시스미국 트럼프 대통령/자료사진=AP/뉴시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맞았고, 감기처럼 매년 수시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제 해결법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계에 11월 대선 전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독촉하면서 미국 과학계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측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최소 18개월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같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선거 판세를 염두, 7~8개월 내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선 당장 백신이 필요하나 그 개발은 왜 이렇게 더딘 것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전자현미경 촬영 사진 ©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 (NIAID-RML)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전자현미경 촬영 사진 ©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 (NIAID-RML)
백신, 연구부터 시판까지 '험난한 여정'…만들어도 못 쓰게 될라 불안
지난달 11일(현지시각) WHO(세계보건기구)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예방할 첫 번째 백신이 1년 6개월 이내 준비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백신 개발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우리를 거쳐 간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40여 년 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모두 현재 백신은 없는 상태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병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는 ‘백신’이다. 백신의 관건은 몸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늦다.


우선 백신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가 숙주, 즉 인간의 세포 내에서 작용하는 기작(機作)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의 경우 아직도 몸속에서 면역계를 어떤 식으로 피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백신 개발 첫 단계로 바이러스부터 배양한다. 바이러스의 인위적 배양은 어렵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특징을 소상하게 밝혀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만약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하면 표면 항원을 분리, 백신 개발을 본격화한다. 백신의 특성에 따라 생산방식과 효과를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백신이 만들어진 후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은 백신 제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한다.

임상 실험을 반복해 일정한 제품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실험용 쥐 등 소형 동물의 임상 실험으로 시작해 침팬지의 임상 실험까지 적어도 10년 가량 소요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도 여러 차례 시행한다. 각국의 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도 까다롭다.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기면 백신이 듣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다른 백신보다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는 한 가닥의 RNA로 구성된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에 변이가 발생하면 겨우 만든 백신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다. 결국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때마다 지금과 같은 사태를 겪게 된다.

백신/자료사진=뉴스1백신/자료사진=뉴스1
서브유니트·백터 백신 등 백신 제조법의 진화…'범용 백신' 개발은 언제쯤?

백신 개발 시간을 앞당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백신은 단백질 백신이다.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DNA로 제조한 DNA백신 혹은 RNA 백신(mRNA 백신)을 개발할 경우 독성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돼 개발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DNA·RNA 백신은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만을 인공적으로 생산해 제조한 ‘서브유니트 백신’, 다른 바이러스 게놈에 예방하려 한 바이러스 DNA를 올려 제작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다양한 첨단 백신 개발이 이뤄지면서 백신 개발 시간도 차츰 앞당겨지고 있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되는 연구 정보를 한곳에 모은 임시 데이터 허브 구축을 미국 등 11개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약 20여 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첫 임상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로 보냈다. 모더나는 이 백신의 임상을 다음 달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도 오는 5~6월 중 첫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 ‘S-트라이머’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한편, 재조합 DNA 조작기술, 인공 단백질 생산기술 등의 발전으로 백신 제조법도 날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예방효능을 향상한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 재조합 백신들이 출시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학계는 언젠가는 어떤 타입의 감염병 바이러스일지라도 모두 막을 수 있는 광범위한 효능을 가진 ‘유니버셜(범용)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어떤 신·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바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론 아직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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