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일부 용감한 투자자들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험을 떠올리며 매수에 나서고 있다. 위기는 결국 지나가고 떨어진 가격은 회복된다는, 과거 급락장 때 교훈 때문이다.
주식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지난달 24일 CNBC와 인터뷰에서 “주가 급락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며 “사람들은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루 하루 뉴스의 제목을 보면서 주식을 사거나 팔지 말라”며 “앞으로 5~10년 뒤 그 기업들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 생각하라”라고 조언했다.
워런 버핏 / 사진제공=뉴시스
나는 더 좋은 가격에 ETF를 살 수 있으나 사지 않았다. 혹시라도 WTI 가격이 더 떨어질까 두려워서였다.
내가 만약 버핏처럼 현금이 많다면 WTI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ETF를 샀을 수도 있다. 돈이 많다면 WTI원유선물 ETF에 투자한 돈을 몽땅 잃는다 해도 ‘새 발의 피’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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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이 많지 않으면 그러한 대담함을 갖기란 힘들다.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데 돈을 계속 넣기란 어렵다. 이미 투자한 것 이상으로 돈을 넣어 가슴을 졸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락을 버티는 대담함은 투자자의 성향이기도 하지만 막강한 현금력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투자의 고수들은 시장 급락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하지만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재산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급락을 무서워하지 않기란 극히 어렵다.
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코스피·코스닥에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사상 초유로 동시 발동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하락 마감한 주가지수와 상승마감한 원달러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장중 한 때 1700선이 붕괴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바닥이라고 생각하며 저가 매수했는데 지하실이 또 있다면, 이 때 사는 것은 저가 매수일까 아니면 매수 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일까.
많은 사람들이 가격이 떨어지면 저가 매수라고 생각하고 버핏도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하지만 버핏이 말하는 “싼 값”은 가격이 떨어졌다고 “싼 값”이 아니다.
기업이 가진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을 때만 “싼 값”이라고 한다. 주가가 5%만 떨어져도 “싼 값”일 수 있지만 30% 급락해도 싸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급락할 때 주식을 사는 것이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이 되지 않고 저가 매수가 되려면 기업의 가치를 알아야 하는데 과연 버핏만큼 기업 가치를 알고 매수할 자신이 있나.
버핏이 아닌 사람이 급락장 때 해야 할 일돈이 많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증시가 격랑에 휘말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이미 주식이나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가만히 있는다. 미국의 재무 설계사인 라이언 마샬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기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고 한다.
주식이 있는데 팔 기회를 놓쳤다면 투자 목표를 수정하고 그대로 두라고 권했다. 마샬은 “지금이 매수 기회”란 말도 무시하라며 “시장이 조정 받을 때 바닥을 가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시기에는 투자를 쉬고 돈을 은행 예금 같은 곳에 안전하게 보관한 뒤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이다.
물론 버핏의 말대로 시장은 곧 회복되고 장기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예금보다는 좋았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이 가라앉고 안정을 되찾은 후 들어가도 크게 늦는 것은 아니다.
둘째, 비상자금을 확보하라.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에 대한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가 급락이 경제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사실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주가가 심상치 않게 폭락할 때는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는 것도 좋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6개월간의 생활비를 비상자금으로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