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58% 수익의 추억, 국민연금 자금집행 나서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3.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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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주식 수익률, 2008년 -39%에서 2009년 +58%로 급선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11.65포인트(6.09%) 1722.68, 코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26.87포인트(4.77%) 536.62로 하락 출발한 3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11.65포인트(6.09%) 1722.68, 코스닥이 전 거래일 대비 26.87포인트(4.77%) 536.62로 하락 출발한 3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3월 폭락장세가 이어지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하락장 방어세력으로 언제 나설지에 관심이 쏠린다.

연기금 중에서도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두 자릿수 대 손실률을 기록했으나 적극 매수에 나선 결과 2009년 58%라는 수익률을 거둔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대규모 자금수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07년 말 1897.13이었던 코스피는 1년 후인 2008년 말 1124.47로 마감하며 40.72% 하락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및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었다. 국민연금도 당시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2008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39.98%에 달했다. 국내주식 수익률이 -38.13%, 해외주식 수익률이 -49.07%였다.



상황은 급반전됐다. 2009년 국민연금의 전체 주식 수익률이 53.11%로 높아진 것이다. 국내주식 수익률은 58.45%에 달했다. 해외주식 수익률도 24.88%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의 국내·해외 주식투자 규모도 2007년 38조4226억원에서 2008년 34조26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009년 들어서는 49조7200억원으로 커졌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보험료 납입금이 늘어나면서 증시에 자금을 추가로 집행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2008년 이후 폭락장세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인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매수규모만 추려낼 수는 없지만 국민연금 및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 전체의 순매매 동향을 통해 국민연금의 행보를 추정해볼 수는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선언이 있었던 2008년 9월부터 2개월에 걸쳐 코스피는 1500선에서 930선까지 밀렸었는데 이 2개월간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5조26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기금은 폭락장세가 이어지던 2개월에 걸쳐 삼성전자 (59,300원 ▲400 +0.68%)(+8122억원) POSCO (367,000원 ▼4,500 -1.21%)(+5143억원) KT&G (102,200원 ▼14,700 -12.57%)(2140억원) 신한지주 (57,500원 ▲700 +1.23%)(+2070억원) LG디스플레이 (10,490원 ▲180 +1.75%)(+2045억원) 한국전력 (19,850원 0.00%)(+1757억원) 등을 대거 순매수했다. 당시 국내증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다. 해당 기간 8150원까지 밀렸던 삼성전자는 2009년말 1만5980원을 기록하며 1년 2개월만에 96% 상승했고 POSCO도 2008년 10월 한 때 23만원대까지 밀렸다가 2009년말 61만8000원으로 2배 이상 주가가 올랐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폭락장세가 이어지며 국민연금은 평가이익도 크게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총 투자자산 규모 736조7000억원 중 40.6%인 298조8000억원이 국내·해외주식 평가액이다. 국내주식은 이 중 132조3000억원, 해외주식은 166조500억원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외주식은 주로 북미(57%) 유럽(22%)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11%) 등에 주로 투자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23% 하락하고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를 막론하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민연금의 평가손실도 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국내외 채권, 대체투자 등 부문의 자산비중을 설정하고 증시폭락 등의 이벤트가 발생할 때 비중이 목표치를 하회한 자산군을 추가로 매수하는 등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며 "지금과 같은 폭락장세는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초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으로서는 되레 매수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이라고 말했다.


또 "월별 자금배분 계획에 따라 주식·채권 및 대체투자 영역에 신규집행할 자금이 배분되는데 이번 같은 폭락장세에서 주식의 가격 메리트가 커졌다고 판단될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의 추가집행도 가능하다"며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자금을 투입할지, 위탁운용사를 통해 매수자금을 추가로 집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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