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새 수익률 65% 폭등…유가 폭락에 웃는 'ETN'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3.1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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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지난 9일(현지시간) WTI(서부텍사스유)가 하루 만에 24.58% 폭락하며 배럴당 31.13달러까지 떨어지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1991년 걸프전 이후 30년 만에 최대였다.

하지만 유가폭락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이들도 있었다. 원유선물인버스에 2배 레버리지까지 붙은 ETN(상장지수증권)은 단 1주일 만에 65% 수익률 ‘잭팟’을 터뜨렸다. 해당 상품은 유가가 떨어질수록 오히려 수익이 오르는 ‘인버스’형에 2배 수익을 얻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주 동안 ‘삼성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63.95%), ‘신한 인버스2X WTI원유선물 ETN(H)’(65.09%), ‘QV 인버스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63.90%)이 60% 이상의 초고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대비로는 최대 173%까지 수익률을 기록했다.

◇ETN? ETF와 비슷하지만 달라



1주일새 수익률 65% 폭등…유가 폭락에 웃는 'ETN'


이번에 ‘잭팟’을 터뜨린 ETN은 주식, 채권, 원자재 등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익숙한 ETF(상장지수펀드)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증권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ETF와 ETN 모두 ‘지수’추종형 상품이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KODEX200ETF’의 경우 코스피 상위 200종목의 시세를 추종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개별종목을 거래하는 대신 이들을 한 곳에 묶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방식이다.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TF는 펀드에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편입해 별도 신탁기관에 보관하고 실제 지수변동에 따른 수익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반면 ETN은 투자자금을 재량적으로 운용하되 기초지수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품이다.


즉 ETF는 실제 지수변동을 추적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수익률과 기초지수 수익률의 차이인 괴리율을 좁히는 게 제일 중요하다. 여기서 운용사의 역량이 드러난다. 반면 ETN은 증권사의 신용을 담보로 지수수익률만큼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신용상품으로 괴리율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증권사 신용으로 굴러가는 ETN

석유 시추선/사진=로이터석유 시추선/사진=로이터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ETN시장이 운영되기 때문에 진입요건도 엄격하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에 신용등급 ‘AA-’,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200% 이상 등이다. 현재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8개사다.

신용상품인 ETN의 특성 때문에 이를 발행하는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 전액을 상실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ETN이 상장폐지되면서 원금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운용방식도 공격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N은 수익과 손실이 2배로 벌어지는 레버리지 상품을 전체 ETN의 14.6%를 담은 반면 ETF는 8.2%에 불과했다.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원자재의 경우 ETF는 전체 ETF의 4%였지만 ETN은 무려 30%에 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ETN에 한해 레버리지를 3배까지 가능하게 해달라는 수요가 있다”며 “변동성이 굉장히 크지만 고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현재 거래소에 상장하는 금융상품은 최대 2배 레버리지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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