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로 고교생도 마스크앱 개발…'풀뿌리 IT파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03.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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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34개 기업·개인 제작한 사이트·앱 오픈…'집단지성' 활용해 업데이트도

서형찬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이 제작한 '공적 마스크 판매현황' 사이트/사진제공='코로나.인포'(코로나.info)서형찬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이 제작한 '공적 마스크 판매현황' 사이트/사진제공='코로나.인포'(코로나.info)


#"마스크앱 지도에서 품절인 약국은 안 보였으면 해요. 재고 소진된 곳은 지도에서 안 보이는 기능을 추가해 주세요."



"네, 이 기능도 추가해 보겠습니다" (코로나인포 개발자와 사용자간 채팅)

정부가 지난 8일 공적 마스크 관련 공공데이터를 공개한 가운데 이틀만에 30여개 공적 마스크 판매정보 제공 앱·웹서비스가 등장했다. 민간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는 물론 개인개발자와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나서 불과 하루 이틀만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사용자와 채팅이나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집단지성'으로 앱의 기능을 진화시키고 있다.



이와관련, IT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막기위해 나선 '풀뿌리 IT인'들의 저력을 확인시킨 동시에 국내 공공데이터 개방 역사에 획을 긋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진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닥톡, 똑닥 마스크 지도, 코로나비, 마스크 스캐너 등 34개 서비스가 공공데이터활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공적 마스크 판매 정보'를 제공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판매처별 입고량, 판매량 등)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넘겨받아 지리정보를 결합한 뒤 API를 제공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IT업계 맏형들인 KT와 코스콤, NHN, NBP 등 4개 클라우드 기업도 두 달간 무상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등 힘을 보탰다. 덕분에 앱 개발사나 개인 개발자는 서버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전문 앱개발사는 물론 고등학생 개인 개발자나 대학생 동아리까지 앱개발에 나선 것. 서형찬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은 '코로나.인포'(코로나.info)를 제작했으며 명지대학교 DISLAB팀 학생들은 '공공마스크'(00mask.com)를 만들었다.

서형찬 학생은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API 정보가 많은데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지 못하면 데이터를 볼 수가 없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이트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한 개발자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만 있으면 간단하게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 파는 곳을 찾느라 고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병원·약국 정보 제공 앱인 '굿닥'에서 만든 '마스크 알리미'/사진제공=굿닥병원·약국 정보 제공 앱인 '굿닥'에서 만든 '마스크 알리미'/사진제공=굿닥
정부, 국민생활 밀접 데이터 올 초부터 적극 공개…"데이터 활용 지평 넓혔다"
많은 사이트가 단기간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올해 초 공공데이터 표준화 및 활용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수요자 중심의 공공 데이터 활용을 적극 독려하고 나선 결과라는 평가다. 앞서 공공데이터 개방논의는 10여년 전부터 이뤄졌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현재 690여개의 정부 산하기관 보유 공공데이터 중 국가안보와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제외한 모든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 민간에서 활용하기 용이한 형태로 정제해 제공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공간·위치, 안전·환경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데이터가 중점 개방 대상인데 '공적 마스크 판매현황' 데이터는 여기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례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부가 일일이 웹이나 앱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민간 개발자나 전문가들이 창의성과 혁신을 가미해 더 상황에 적합한 웹과 앱을 만들수 있다는 개발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면서 "이같은 정부와 민간의 협업모델을 더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2015년 메르스 때까지만 해도 정부가 공공데이터 공유에 소극적이었는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적극 제공해 민간에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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