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불 꺼졌다"...두산중공업이 부러운 '휴업' 못하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석환 기자 2020.03.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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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휴인력에 대해 휴업을 검토 중인 두산중공업의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일부 유휴인력에 대해 휴업을 검토 중인 두산중공업의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휴업이라도 하지만, 저희는 휴업하면 곧 폐업입니다."

두산중공업 휴업 추진으로 극심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규모에 상관없이 폐업 공포에 떨고 있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12일 "중국에서 원자재 수급이 여의치 않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며 "원자재 수급과 제품 생산, 수요처 확보 등 부품업체 경영의 세 기둥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앞으로 석 달 정도를 버티지 못하면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그 전에 생산과 수요의 숨통이 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들도 공장 가동 전망이 어둡긴 마찬가지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한 남성복 제조업체는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도 원활치 않아 이대로 가다간 휴업이 아니라 폐업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12일 35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코로나19로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한 203개 사업장 중 66개 사업장(32.5%)이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이와함께 33개 사업장(16.3%)은 휴업을 했거나 이미 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며 앞으로 경기부진이 정유·화학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정제공장 가동률을 평상시의 85%까지 낮췄다.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수송용 석유 수요 급감이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이동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에쓰오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초 80%까지 내려갔던 가동률이 최근 정상화됐지만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량 자체가 적은데다 수요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가동률 100%라고 해도 언제든지 급감할 수 있는 분위기다. 1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업계 5위인 흥아해운이 지난 11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크게 줄고 있어 해운업계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나온다.

아직 가동중단 수준은 아니지만 철강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특단의 위기에서만 이뤄지는 철강 감산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불 꺼졌다"...두산중공업이 부러운 '휴업' 못하는 기업들
코로나19 사태 초반 중국산 부품 수급난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완성차업계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수요 부진으로 판매가 뚝 끊긴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제조업체 총생산이 2010년 이후 사실상 정체된 상태"라며 "국내 제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기업 활동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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